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성영을 생각하며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1. 2. 6. 22:45

<십자가/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 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이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힘없이 내뱉으며 고통스러워하시는 그분 목소리. 십자가 십자가 날마다 말하고 노래 부르지만 정작 그분이 당하신 그 고통을 제대로 상상이나 해보았을지.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다는 시인의 절절함이 내게는 없다. 이웃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절실함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성영을 생각하며 고뇌에 찬 기도를 드리자. 가끔은 뜬금없이 가슴 아프고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