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걷는 행복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1. 2. 4. 03:43

 집 가까이에 있는 트레킹 코스를 걸었다. 무릎에 보호대를 차고 아내와 스틱을 하나씩 나누어 들고 길을 나섰다. 보호대를 차고 스틱을 짚으며 걷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무릎이 아파 걷지를 못한다고 앓는 소리를 하자 주변 사람들이 보호대를 차보라고 권했다. 아마존에서 무릎 보호대와 스틱을 주문하였고 오늘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눈이 와서인지 트레킹 코스는 겨울왕국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로 둘러싸인 트레킹 코스는 그야말로 장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영하 11도의 추운 날씨에 아내와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육십을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스틱을 들고 무릎 보호대를 차고 눈 쌓인 온타리오 숲을 걷는 건 살짝 흥분되는 일이기도 했다. 아내가 요즈음 친구들과 다니는 코스 중 하나인데 먼저 경험한 후 길잡이를 자처한 것이다.

 영하 십 도가 넘는 추위에 남편과 걷기를 마다하지 않는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자 아내의 얼굴이 더 환해졌다. 그제는 사이즈가 큰 아이젠을 신고 친구들과 걷다가 발이 걸려 넘어졌다고 하지 않았던가. 머리가 땅에 부닥쳐 아찔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덩달아 아찔했다. 시퍼렇게 멍든 무릎을 보니 걱정도 되었다. 넘어진 곳이 아파서 밤잠을 이루지 못했었는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걸을 정도로 건강하니 감사한 일이 아닌가. 육십이 넘어서도 잘 걷는 아내가 대견하다. 이틀에 한 번 정도는 함께 걸으면 좋겠다고 하는 바람대로 아내와 걷는 시간을 늘려볼 작정이다. 202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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