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던 샤워를 일주일째 못하고 있다. 등에 난 종기를 치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곪은 곳을 째서 고름을 짜내고 헝겊을 집어넣어 피와 고름을 빼내고 있다. 종기가 난 곳이 등 쪽이어서 볼 수 없으니 짐작할 따름이다.
이 년 전 등에 여드름이 났었다. 짜내는 과정에서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여 안쪽에서 곪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아내에게 등에 난 여드름을 짜 달라고 부탁했다. 아내는 잠시 해보더니 속 간지러워 못하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번만 더 힘써보면 뿌리가 뽑힐 것이니 수고해 달라는 간청을 애써 못 들은 척했다.
몇 달 전부터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구슬만큼 커졌다. 셔츠를 입으면 도드라져 보일 정도가 되었다. 이 주일 전쯤부터는 부풀어 오른 곳이 가렵기 시작하더니 붉게 변했다. 안쪽에서 곪은 모양이다.
클리닉을 가보려 했지만, 주말이 겹쳤고 월요일이 페밀리 데이라 화요일 아침에야 의사에게 보일 수 있었다. 클리닉의 의사는 감염이 심하니 감염된 부위를 열어 고름을 뽑아내고 며칠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치료가 일주일을 넘겼다. 한 번 더 안쪽에서 곪는 일이 생긴다면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단다.
오늘 의사는 한 주일 더 치료받고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사실은 목이 따끔거리고 아파 두 주일 전부터 항생제를 먹기 시작했었다. 3 주간이나 연속으로 먹어도 괜찮으려나? 등짝에 난 여드름이 종기로 변했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참 미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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