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머니 앞에서 말을 잃었다.
블면 날아갈 듯 가벼운 할머니 품에
얼굴을 묻고 어깨만 들썩였다.
육십 된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셨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아들 마저 세상을 떠난 게 엊그제였다.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부둥켜 안고 눈물만 흘렸다.
육십도 채 안된 아들 호는
모친에게 아프다는 소리도 하지 못했다.
연로하신 어머님께서 충격을
받으실까 노심초사하며 홀로 병과 싸웠다.
수척한 얼굴로 환자를 돌보며
곧 병원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뭇 사람의 병은 고쳐 주었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치료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자랑스런 아들.
말을 못하고 어깨만 들썩거리던 내게
할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내가 자네 글을 읽고 용기를 얻곤 한다네.
얼마 전에도 모아두었던 글을 꺼내 읽었어.
계속 써 주게."
나는 써야할 이유를 다시 가슴에 새겼다.
위로를 받아야 할 할머니 이치열 권사님이
아들 호(Dr. Mark Ho Lee)를 떠나보내시고
말문이 막히는 절망 그 한 가운데서
사랑과 격려의 씨앗을 뿌리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