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기뻤던 순간이 언제였냐고?/閑素>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초록색 운동복 입고 다니며
포근함을 느낄 때 기뻤지
백일도 안된 증손주 리온이 안고
눈맞춤 하시는 어머님 사진 볼 때 기뻤지
커뮤니티 센터에서 운동 끝낸 후
사우나에 들어가 비 오듯 흐르는
땀 훔칠 때 기뻤지
크리스마스 장식 제자리에 놓은 후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캐럴 들을 때 기뻤지
삶은 위대한 것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노래하는
메리 하트먼 시인의 시를 읽을 때 기뻤지
휴가 차 한국을 방문 중인 작은딸 가정이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 들을 때 기뻤지
버펄로에서 알게 된 지인이
제영 엄마로 불러도 될 자신을
구태여 이 교수님이라고 부른다며
겸연쩍게 말하는 큰딸 이야기 들을 때 기뻤지
권여선 님의 ‘사슴벌레식 문답’에 나오는
경애와 부영, 정원과 준희에게서 나를 보며
아련한 슬픔 속에서도 감사함을 느낄 때 기뻤지
한 주간 하기로 작정한 일 거뜬히 마친 후
거울에 비친 얼굴 볼 때 기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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