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눈 치우는 새벽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4. 1. 13. 17:22

<눈 치우는 새벽//閑素>

쌓인 눈이 비를 머금어
돌덩이가 되었네

곧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니
더 무거워질 테지

눈은 가볍지만 빗물이 더해지면
무거워지듯이

작은 죄라도 생각 없이 짓다 보면
더 큰 죄를 지어도 별 느낌이 없어지겠지

꼭두새벽에도 제설차가 다니며
길 위에 쌓인 눈을 밀고 가네

입구를 가로막은 산더미는
어떻게 치우나 물끄러미 바라보던 차
그것까지 치워주고 가네

곤히 잠든 영혼들을 위해
저렇듯 수고를 하고 있네

나를 위해 이 새벽에도 기도하고
응원하며 돕는 손길이 있겠지

한 삽 한 삽 퍼 올려 눈을 치우니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네

온몸을 타고 흐르는 땀  훔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잠자리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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