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滿開, 사랑의 말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4. 1. 29. 23:43

<滿開/한소>

차창 너머로
시온이 얼굴을
바라보았다

까르르 웃었다

활짝 핀 살구꽃
꽃잎을 흩날리며
향기를 퍼트리고 있었다

시온아 너는
꽃이야
향기야

*찰滿 열開


사랑의 말
<돈까스/한소>

왜 맛있는지 아니?
네가 고기를 망치로 내려쳤기 때문이야

왜 해가 뜨는지 아니?
네가 거기 앉아 있었기 때문이야


<달 하나 묻고 떠나는 냇물/이성선>
아낌없이 버린다는 말은 아낌없이 사랑한다는 말이리
너에게 멀리 있다는 말은 너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는 말이리
산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안 보이는 날이 많은데
너는 멀리 있으면서 매일 아프도록 눈에 밟혀 보이네
산이 물을 버리듯이 쉼없이 그대에게 그리움으로 이른다면
이제 사랑한다는 말은 없어도 되리 달 하나 가슴에 묻고 가는 시냇물처럼

<달을 먹은 소/이성선>
저무는 들판에 소가 풀을 베어 먹는다
풀잎 끝 초승달을 베어 먹는다
물가에서 소는 놀란다 그가 먹은 달이 물속 그의 뿔에 걸려있다
어둠 속에 뿔로 달을 받치고 하늘을 헤엄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더 놀란다

<도반(길道짝伴)/이성선>
벽에 걸어 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마흔/최승자>
서른이 될 때는 높은 벼랑에 서 있는 기분이었지 이다음 발걸음부터는 가파른 내리막을 끝도 없이 추락하듯 내려가는 거라고 그러나 사십 대는 너무도 드넓은 궁륭 같은 평야로구나 한없이 넓어, 가도 가도 벽도 내리받이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곳곳에 투명한 유리벽이 있어, 재수 없으면 쿵쿵 머리방아를 찧는 곳

그래도 나는 단 한 가지 믿는 것이 있어서 이 마흔에 날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

<바람의 편지/최승자>
내 너 두고 온 지 벌써 한 달 바람의 편지도 이제 그쳤구나
아 내 기억 속에서 푸르른 푸르른
또다시 하루 가고 이틀 가도 내 기억 속에서 푸르고 푸르를
언제나 새로이 쓰여질 이 지리산, 바람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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