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ermination·청년

최선/최고의 시간들로 하루를 보냅시다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1. 1. 7. 15:21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 제일가는 정보통신기업에서 잘 나가는 부장으로 머지 않은 장래에 경영자가 될 꿈을 꾸며 열심히 일하던 능력 있는 김 부장의 이야기입니다.

필자가 김 부장을 만난 것은 약 1년 전의 일로 회사의 업무 때문이었습니다. 잘생긴 외모에 친근감이 느껴지고, 세련된 매너까지 겸비한 그는 한 마디로 멋있는 사람, 은은한 향기를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업무가 서로 바쁘다 보니 자주 만나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10여 차례 만남의 기회를 가졌고 저녁식사도 두 세 번 함께 하였습니다. 동연배인데다 성격이 나긋나긋하여 만날 때 마다 참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업무적인 이야기, 가정에 대한 이야기,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 여행에 대한 이야기 등 어떤 부분에 관해 대화를 나누어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대면한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10년 지기 같은 친밀감이 느껴지는 좋은 파트너였습니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써 존대말을 쓰며 서로를 존중하지만 마음으로는 편안한 친구 같은 사이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여의도 63빌딩 53층에 있는 일식당에서 괜찮은 와인을 세 병씩이나 함께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일 이야기, 사랑 이야기, 건강 이야기 등에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업무적인 일로 동석한 두 명의 동료 역시 어떤 술자리나 저녁약속 보다 의미는 시간이었다며 기뻐했습니다. 서로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올 한해 좋은 결실을 맺자는 다짐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며칠 전 김 부장이 몸이 좋지 않아 영동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달려가 보았습니다. “배가 심하게 아파 병원으로 실려왔는데 췌장의 이상이었답니다. 음식을 조절하면서 치료를 받았는데 아프던 곳이 썩 좋아져 금방 퇴원을 할 것 같습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빠른 완쾌를 빌며 병실을 나왔습니다. 늘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병원에 실려오게 되고 입원을 하게 되니 평소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것들도 새롭게 보였다는 그의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심지어 건강한 모습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아도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에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얼마 뒤 김 부장의 퇴원소식을 들었고 일주일 만에 회사에 복귀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사복귀 소식을 들은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 입원했다는 이야기에 업무협의를 겸하여 병원으로 찾아갔습니다. 얼굴색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아 진단을 받으려고 병원에 들렸는데 황달기가 있으니 재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입원을 하였다고 합니다. 아무렇지 않고 건강하다는 본인의 말에 이런저런 농담을 하며 한참동안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신이 아내와 유럽배낭여행을 갔던 이야기, 직장인들의 술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 부하 직원들의 퇴근시간을 잘 지켜주자는 이야기, 봄이 오면 골프장에서 진검승부를 겨루자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곱고 아름다운 부인께 그동안 남편을 직장에 빼았겼었는데(?) 되찾았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계시는 동안 재미있게 지내시라는 농담썩인 위로도 하였습니다. 몸조리 잘 하시라는 인사를 뒤로하고 병실을 나오는데 엘리베이터 앞까지 꼭 배웅을 해야겠다는 두 내외의 성의를 뿌리치지 못였습니다.

새해를 업무를 시작한 2001년 1월 2일 아침 신년 인사차 김 부장께 전화를 하였습니다. 통화가 되지 않아 핸드폰에 메시지를 남겼는데 듣고 본인이 다시 전화를 해왔습니다. 전화를 걸어온 곳은 현대중앙병원. 걱정이 되어 왜 또 입원을 하셨느냐고 물으니 “몸이 계속 좋지 않아 병원을 옮겨 입원을 하였는데 의사가 수술을 해 보자고 하여 내일로 수술날짜를 잡았다"고 합니다. "좋은 결과가 있을 터이니 염려하지 말고 마음 굳게 가지시라"는 격려의 인사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수술 하루 뒤에 듣게된 결과는 청천벽력 그 자체였습니다. 병명은 췌장암. 전이가 심하여 치료도 못하고 열었다 바로 덮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건강하던 사람이, 실력이 있고 한참 잘 나가던 사람이,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 둘을 둔 가장이, 열심히 일하여 좀 살만 해지니 중병을 앓게 되고 생명을 다할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지는 듯 하였습니다.

신년초 김부장의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2001년 한해를 살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하루의 삶을 의미없이 보내지 말고 감격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는 제의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단 하루, 단 몇 시간도 참으로 소중한 시간임을 잊지맙시다. 한해를 사는 동안 우리들 각자에게 시간이 무한하게 주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막연히 살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신으로 부여 받은 고귀한 선물임을 잊지 말고 최상 시간들로 메워 갑시다.

또한 금년 한 해를 축제처럼 삽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삽시다. 최선을 다한 후에는 마음껏 스스로를 칭찬하고, 축하합시다. 우리의 삶은 진정 축하할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축하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마음껏 축하하면서 기쁜 삶을 살아갑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자의 삶은 진정 복된 삶이요, 축하 받을 만한 것입니다.

열심히 일한 후 매 주말이면 멋진 축제의 시간을 가집시다. 꽃을 사다 식탁에 꽂고 와인을 준비하여 아내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건배를 합시다. 요리하기를 즐긴다면 특별한 요리라도 준비하여 식구들과 나눕시다. 주말마다 산행이라도 하며 자연을 만끽합시다. 많이 가졌건 적게 가졌건 행복은 행복을 느끼는 자의 것입니다.

철학자 세네카는 “인간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라고 말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김준태부장의 쾌유를 빌며, 금년 한해 우리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최선 시간들로, 행복이 가득한 축복의 시간들로 채울 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