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ermination·청년

새끼꼬는 마음으로 한해를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1. 1. 4. 08:52
옛날 이야기 입니다. 만석꾼이나 되는 주인이 섣달 그믐날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일꾼 모두를 한 곳으로 모이게 한 후 “밤새워 새끼를 꼬라”고 명합니다. 일꾼들은 “그렇게 일을 시켰으면 되었지 한 해가 지나가는 마지막 날까지 잠시도 못 쉬게 하고 죽어라 일만 시킨다”며 불평을 했습니다. 손이 아프다는 핑계로 새끼를 꼬지 않는 사람, 꼬기는 하나 때로는 굵게, 때로는 아주 가늘게 꼬아 거의 못쓸 지경으로 만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꾼 몇몇은 아무 말없이 평소에 일하던 습관대로 가늘고 곱게 정성을 다하여 새끼를 꼬았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동이 틀 무렵 밤이 맞도록 새끼를 꼬아 피곤에 지쳐있는 일꾼들 앞에 다시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주인은 일꾼들에게 “밤새 꼰 새끼를 들고 앞마당에 모이라”고 명하였습니다. 또 무슨 일을 시킬까 생각하며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 일꾼들에게 주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놓인 가마니를 풀어 놓습니다. 놀랍게도 가마니 안에는 돈(엽전)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주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 한 해 수고를 많이 해 주어 곡간에 곡식이 가득하니 너희의 공이 컸다. 내가 너희들의 노고에 보답코자 선물을 준비했다. 이 선물을 나누고자 하니 어제 밤에 꼰 새끼에 돈을 꿸 수 있는 만큼 꿰어 가거라.” 이 말은 들은 일꾼들은 놀라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정신을 차린 일꾼들은 서둘러 동전을 새끼에 꽃아 넣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일꾼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였으나 몇몇은 그저 낭패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새끼를 너무 굵게 꼬아 동전이 새끼줄 사이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손이 아프다는 핑계로 새끼를 꼬지 않았던 일꾼은 다른 사람이 돈 줍는 모습만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2001년을 시작하는 지금 이 이야기를 생각하는 이유는 한해 동안 새끼 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모두들 그렇겠지만 필자도 매년 년초가 되면 한해의 목표를 정합니다. 사실은 그 전해 10월 경이면 다음 해의 목표를 어렴풋이나마 설정을 하고 12월 31일에 확정을 합니다. 새해 첫날 1월 1일이면 한 해의 목표를 글로 써서 책상 앞에 붙입니다. 금년도 예외는 아닙니다. 개인적인 목표를 전부 공개하는 것은 별로 타당하지 않은 것 같아 자제하기로 하지만 목표를 설정한 근거나 기준은 나누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저는 금년 한해 ‘매사를 긍정적인 자세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 입니다. 한해를 사는 동안 좋은 일도 많겠지만 좋은 일 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결코 낙심하거나 낙망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과 자세로 목표를 향하여 매진하겠습니다. 영국의 전 수상 ‘윈스톤 처칠’경은 ‘비관주의 자는 희망 속에서 절망을 내내지만 낙관주의자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캐낸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필자는 금년 한해 동안 절망 속에서라도 희망을 캐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작정입니다.

또한 ‘일을 뒤로 미루지 않고 그때 그 때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할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치 있는 일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없는 일에 막연히 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는 일만 해도 그렇습니다. 뚜렷한 목적도 없이 시간 보내기 삼아 보지 않아도 좋을 신문들을 일일이 읽고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목적 없이 인터넷 서핑에 시간을 보내는 일을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보를 캐내어 재 활용’한다든지 ‘열심히 일한 후 꼭 필요한 휴식’을 위해 필요할 때만 인터넷 사이트를 넘나들겠습니다.

아울러 제 ‘자신의 삶을 리스트럭쳐링(restructuring)’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직장인으로서 열심을 다해 일하며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올해부터는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멀지 않은 장래에 스스로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터전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매사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스스로 ‘자신과 조직의 중심에 서서 변화를 선도’하겠습니다. 미래에 대한 보장과 행복이 결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옴을 믿습니다. 미래에 대한 보장과 행복은 나 스스로가 인생을 콘트롤(control) 하고, 꿈을 현실화 하기 위해 변화를 받아 들일 때 오는 것 임을 압니다. 그러므로 변화를 통하여 기회를 얻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미래에 대한 보장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주어진 자리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 난 것을 구태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때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순간순간 ‘행복을 찾고 누리는 일’도 병행할 것입니다. 일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통하여,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매 순간의 삶의 통하여 행복을 발견하고 행복을 누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느끼고 찾을 때 행복은 주어지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줄 압니다. 나의 생각 가운데, 나의 작은 행동 가운데, 나의 삶 속에, 사람들과 나와의 관계 속에, 자연 가운데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요 건강한 사람입니다. 금년 한 해는 스스로를 낮추어 사고의 폭을 유연하게 하여 매 순간 행복을 찾겠습니다.

리더로써 자질을 더욱 키우고 ‘리더답게 앞장서 나가며’ ‘가진 것으로 이웃과 나누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40대 중반에 들어서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적음이 분명한데 나눌 줄 아는 삶을 살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누며 살기보다는 움켜쥐며 살아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작지만 가진 것으로 나눌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겠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통하여 배우도록’ 힘쓰겠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때문에, 쓸데없는 아집 때문에 생각이나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양한 삶의 방법을 인정하며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새로운 정보를 늘 습득하고 ‘습득한 정보를 소화하여 지적자산’으로 삼겠습니다. 습득한 정보를 가공하여 확대 재생산토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겠습니다. 주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겠지만 늘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정신 즉 사물이나 현상 속에 내재하고 있는 이치를 탐구하여 스스로의 지식을 완전히 이루는 마음으로 배우고 익히겠습니다.

고르고 튼튼한 새끼를 꼬는 마음으로 꾸준히 한해를 노력하다 보면 12월 마지막 날 꿸 수 있는 엽전 또한 적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