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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한 소수서원, 부석사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5. 11. 2. 18:27

  소수서원과 영주 부석사를 다녀왔습니다. 늘 한번 가야겠다고 마음만 먹은게 한두번이 아니었고 막상 가려고 하면 다른 일정이 생기곤 하여 가지못하였더랬습니다. 이강철 선배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려 서울생활을 잠시 접고 대구에 내려와 있는데 대구 시립교향악단의 제1바이올린 수석주자인 막내 동생이 "오빠 부석사에나 한번 다녀올까?"하는 이야기에 선뜻 "그러자"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나 막내동생 네 사람이 함께 한 여행이었어요. 건강하신 아버님 어머님을 모시고 여행을 한다는 자체가 축복이니 여행이 좋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막내동생이 준비한 신선한 커피를 마시며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에서 풍기로 향했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는 한산했으며 도로 양옆으로 스쳐가는 가을 산의 모습이 일품이었습니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오뎅을 사드시는 소년 같은 아버님 모습을 뵈옵는 것은 기쁨이었구요.

 

   풍기에 도착하니 마침 인삼축제 기간이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사과밭이 있었는데 빨같게 익은 사과를 바라보며 어릴적 살았던 과수원동네를 추억하기도 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까지 과수원에서 자랐고 부모님께서 사과농사를 지어 자식들 공부를 시키셨으니 과수원에 얽힌 추억이 한두가지 이겠습니다. 누렇게 익어 머리숙인 벼와 도로 가에 세워진 은행나무의 노란 잎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해 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대학 격인 소수서원에 도착하여 옛 선비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역사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소수서원을 돌아본 후 부석사에 들러 무량수전과 석등을 감상하며 우리 사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습니다.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작가 김훈이 '자전거 여행'이란 수필집에 잘 소개하고 있는데 수필집에서 표현한 감흥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량수전 앞 뜰에서 멀리 바라보는 산등성이들 또한 아름다움의 극치였지요. 무량수전을 떠나 풍기로 나오는 길에 한 과수원에 들러 사과 한박스를 샀습니다. 그곳에서 사온 싱싱한 사과를 먹는 즐거움도 새록새록 했지만 소수서원과 무량수전의 아름다운 풍광을 머리속에 떠올리는 것은 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나이가 50줄에 접어들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 얼마나 의미 있고 감사한 일인지 함께 길을 떠나본 사람만이 아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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