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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금리, 그 빛과 그림자 (토론토의 경우)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5. 12. 12. 18:31
너도나도 '빚 얻어' 집 장만

■저금리, 그 빛과 그림자


모기지 눈덩이·저축률 곤두박질

"1920년대 과소비 '대공황' 귀착"


마리아와 그의 남편 프랭크는 1952년 토론토 다운타운에 있는 3층짜리 단독주택을 1만3,500달러에 매입했다.

올해 82세인 마리아씨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당시 오빠로부터 빌린 1천 달러를 합해서 총 6,500달러의 다운페이를 했고, 나머지는 7% 이자율로 빌린 모기지로 충당했다. 모기지는 5년 동안 모두 갚았다.

이들 부부는 주택 모기지를 다 갚은 다음부터 자동차를 위해 돈을 절약, 58년에 처음 구입했다. 차를 마련한 다음엔 TV를 위해 또 돈을 모았다. 마리아씨는 "TV가 없던 시절엔 집 근처에 있는 동물원에서 3남매와 같이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한다. 가끔은 하이파크에 나들이를 갔으나 버스삯 절약을 위해 자주 가지는 않았다고.

마리아씨에게 집은 '안식처'로 여겨지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살면서 자녀를 모두 키웠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신용카드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

반면에 앤젤로씨는 5년 전부터 주택에 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9월 그는 1년 전에 매입한 워터프론트 콘도미니엄을 팔아 5만 달러, 노스욕에 있는 또 다른 콘도를 매각해서 2만 달러의 이득을 각각 챙겼다.

앤젤로씨는 워터프론트에 콘도 하나를 더 갖고 있고, 이밖에도 다운타운에 신축 중인 또 다른 콘도, 좀 더 북쪽에 있는 연립주택, 뉴마켓에 있는 타운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 9월 초엔 북부 토론토에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 이를 부순 다음 더 큰 집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2000년 주식시장이 곤두박질하면서 많은 돈을 잃었다는 앤젤로씨는 이같은 집장사를 통해 은퇴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집을 팔 때마다 자신이 다운페이한 액수의 2배를 버는 것이 목표인데, 지금까지 매번 25%를 다운페이할 수 있었는데 요즘의 낮은 이자율이 이를 가능케 했음을 인정한다.

"이자율이 조금만 더 높았어도 망설였을 것"이라는 앤젤로씨는 빚을 지는 것에 대해 "목표 달성을 위한 한 가지 수단일 뿐"이라면서 "임대수입으로 모기지만 갚을 수 있으면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와중에서 주택가격이 엄청나게 뛰어 올랐다는 뉴스 제목만큼 관심을 끄는 내용은 이런 집을 매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액수의 모기지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모기지 액수는 1년 동안 10% 성장해 지난 6월 6,19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5년 전보다 2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개인 라인-오브-크레딧 규모는 지난 6월 1,040억 달러에 도달, 사상 처음으로 1천 억 달러를 돌파했다.

*다달이 내야 하는 모든 비용을 제한 소득을 의미하는 개인저축률(personal savings rate)은 올 2분기에 0.5%를 기록, 1920년대 이후 최저수준이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40년 만의 최저 수준인 이자율이 이런 규모의 빚을 짊어지도록 소비자들을 부추기고 있지만, 사회적 태도의 변경도 원인을 제공한다. 슬로베니아에서 이민 온 마리아씨의 경우 2차대전 당시 3년 동안 오스트리아 난민수용소에서 보내면서 '없이 사는 삶'이 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밴쿠버 소재 사이먼프레이저대 린지 메레디스 교수(경제학)는 30년대의 경제 대공황과 2차대전을 겪은 세대들은 경제에 대한 상당히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50~60년대부터 북미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1968년 차젝스(Chargex·지금의 비자)란 신용카드가 처음으로 소비자들에게 소개됐다. 현찰 없이도 각종 물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를 서서히 변화시켰다는 것. 마리아씨는 집을 살 때 주택가격의 거의 50%를 다다다운페이했으나 오늘날 소비자들은 5%를 다운페이하고 나머지는 모기지를 얻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일부 은행들은 자사로부터 모기지를 얻어 5~7년 고정이자율로 묶을 경우 5% 다운페이를 대신 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연방주택모기지공사(CMHC)도 올들어 지난 4월부터 모기지 융자에 대한 보험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등 처음으로 집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위한 각종 혜택을 준다.

토론토대 로렌스 스미스 교수(경제학)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은 빚을 짊어질 용의가 있는가는 그 시대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며 요즘의 낮은 이자율이 보다 많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모험'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20년대의 유사한 상황이 30년대의 공황으로 이어졌음을 기억, 현재의 상황이 너무 오래 지탱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