콸-콸-콸
하이얀 물보라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계곡 물 옆으로
길게 이어긴 가파른 오솔길
비스듬이 서있는 나무 가지로
뛰엄 뛰엄 걸린 연등
크고 작은 바위 사이 누우런 흙은
마른입술 추긴 듯 생기가 돌고
비에 젖은 나무뿌리 풀뿌리
깊고 그윽한 산 내음
수북한 낙엽 더미로
비 내리는 소리 뚝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낮 간지러운 듯
이러저리 몸을 피해 흔들리는 나뭇잎
밀려 떠내려온 낙엽덩이 쓸쓸하고
가이없이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
가파른 언덕 오르고 오르니
연주대 절집 아스라이 보이고
쉴새없이 떨어지는 땀방울
마음에 남아있는 한줌의 미움조차
아스리 훔쳐내는 젖은 아침 산길
무심히 들려오는
연주암 노스님
애절한 염불소리
연등따라 염불따라
모든 중생 극락왕생
한아름 세상시름
계곡 물에 훌훌 던져 버리고
뚜벅뚜벅 홀로 걷는
젖은 아침 산길
<2004/6/20 이택희>
연주암 툇마루에 앉았습니다.
안개 자욱한 산사에 비둘기 한마리
모이를 쪼아댑니다.
흐르는 물소리 귓전을 맴돕니다.
커다란 고목나무 가지만 앙상하고
주인 떠난 까치집 덩그러니 얺혀 있습니다.
절집 처마에 달랑달랑 매달린 종이 앙증맞습니다.
부슬비 내리는 산사의 아침이 고즈넉합니다.
올라오며 줄곧 버림에 대하여 생각했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땀을 식혀 줍니다.
커피향에 어린 당신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