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ermination·청년

물에서 인생을 배우라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7. 13. 16:31

 <물에서 인생을 배우라>

 

장마철이라 그런지 끊임없이 비가 내린다. 습기마저 높으니 가끔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장마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비가 내리니 낭만적인 느낌도 가질 수 있고, 한여름 뙤약볕에 땀 흘리지 않아도 될 시원함이 있다.

 

장마철엔 전국의 크고 작은 저수지에 그득그득 물을 채운다. 앞으로 다가올 가뭄에  대비하는 것이다. 또한 각종 과일(나무)과 곡식에 필요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한다. 한여름 장마기간 동안 과수원의 과일엔 살이 붙고, 농촌 들녘의 벼는 키가 자라고, 밭에 심은 각종 작물은 영글어 간다. 머지않아 다가올 따가운 가을 햇살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오늘(7월 13일) 아침 올 여름 들어 처음으로 서울의 잠수교가 물에 잠기고 더불어 교통을 통제했다. 그래도 금년은 물난리를 크게 겪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집중호우가 있을 것이고 태풍이 지나갈 것이다. 아직은 마음을 놓지 말고 비 피해와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

 

비가 잦아 군데군데 넘쳐 나는 물이 우리를 지겹게 할지는 모르나 사실 물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유익을 준다. 식수의 중요성을 구태여 언급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물을 통하여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교훈들을 살펴보자.  

 

우선 물은 낮은 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유유하고 도도하게 흐르기도 하고, 급류처럼 세차게 흐리기도 한다. 하지만 물은 흐를 수만 있다면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낮아 질 수 만 있다면 끈임없이 낮아지는 것이다. 높은 곳에 머무르기만 좋아하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겸손을 가르쳐 준다.

 

물은 흐르다가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 똑 바로만 가지 않고 돌아갈 줄 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돌아갈 줄 모른다. 무조건 똑 바로만 가려고 한다. 똑바로, 빠른 속도로 가려다가 막히기라도 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고 좌절한다. 좌절을 견디다 못해 술주정뱅이도 되고, 정신질환을 겪기도 하고, 심하면 목숨까지 버린다.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물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물은 가득차면 넘칠 줄 아는 무욕을 지녔다. 사람들은 무조건 더 가지려고 한다. 그만큼 가졌으면 되었다 싶은 데도 많이만 가지려고 한다. 어느 정도 가졌으면 만족할 줄 도 알고 또 주위와 나누어가질 줄 알면 좋으련만 가진 사람이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밥 세끼 먹고 사는 것은 다 마찬가지인데 좀더 잘 먹고 좀더 잘 살려고 아둥바둥한다. 가지고도 더 가지고 싶어 안달을 하는 우리들에게 어느 정도 채웠으면 다른 곳을 채우게 양보하는 미덕을 가르쳐 준다.

 

지난 주 미국 시카고 근교에서 벌어진 존디어 클래식 골프(John Deere Classic, PGA)대회에서 우승한 호주출신의 골퍼 '마크 핸즈비(Mark Hensby) '는 골프장 주변을 맴돌며 노숙을 하다시피 했다. 호텔비는 고사하고 모텔비 조차 감당하지 못해 골프대회가 열리는 곳 주변에 차를 세우고는 차에서 잤다고 한다. 추우면 히터를 켜서 몸을 덥히고 출전이 가능해 지면 바로 달려가 시합에 참가하는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경험한 그는 우승 뒤 자신과의 연장전 끝에 아쉬운  2위를 차지한 영국출신의 죤 모건(John Morgan) 에게 다음 주에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을 양보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모건이 영국출신이라 브리티시 오픈이 열리는 링크코스를 더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브리티시 오픈은 전 세계의 골프선수가 꼭 참가하고 싶어하는 중요한 대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존디어 클래식의 우승으로 받은 상금 685,000달러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브리티시 오픈 관계자들이 대회 규정상 모건의 출전을 받아들이지 않아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양보할 줄 아는 핸즈비의 마음과 미덕이 참으로 아름다와 보였다.

 

물은 더러운 것을 씻어주는 청정제 역할도 한다. 자신만 깨끗하다고 뽐내고 남의 더러움과 부족함에 손가락질 해대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고 남의 아픔을 감싸주고 남의 더러움도 너그러이 씻어줄 수 있는, 다시 말해 남의 아픔과 부족함도 포용할 줄 아는 관용의 자세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물은 담는 곳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물이 모났는지 둥근지는 담는 그릇에 달려있다. 그 만큼 유연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도 하고 세상의 지식과 경험을 쫙쫙 빨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울 사람이 있고 배울 것이 주위에 넘치는데도  간혹 사람들은 교만함 때문에, 게으름 때문에 배우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하지만 물은 그렇지 않다. 담기는 곳에 따라 놓여진 곳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 나는 이를 스스로의 모양을 변형시켜 배움을 찾는 모습으로 이해하고 싶다.

  

공자는 "최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이 선하다는 것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은 도에 가깝다. 물의 약함이 강함을 극복하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라고 말한다.

 

장마철에 물을 통하여 배울 것이 많다.

<2004/7/13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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