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rifice·시니어

수영장에서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8. 2. 10:17
 <수영장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긴 의자에 비스듬이 누워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고 있습니다. 작가의 깊은 사색, 사물을 관조하는 능력, 폭, 깊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글을 쓰는 일에 있어서 저의 가벼움을 돌아보게 됩니다.

 

  일전(日前) 인터넷의 커뮤니티에서 필명 신화와 꿈으로 글을 쓰는 분의 소쇄원을 소요하다라는 글을 읽고 글의 간결함, 함축성에 놀라워 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작가 김훈의 사색 또한 놀랍습니다. 자전거 여행은 저자가 전국각지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적은 일종의 기행문입니다. 출간 된지는 제법 되었지만 여름 휴가기간 동안 머리도 식힐 겸 읽어 볼만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수영장 안에는 70세가 넘은 할아버지께서 노란 수영모를 쓰시고 종종걸음으로 레인 끝에서 끝으로 걸어 다니십니다. 물속에서 걸으면 관절에 좋다고 하지요. 할아버지는 수영장뿐 아니라 러닝머신도 매일 한 시간씩 걸으시는 분입니다. 1년 365일 빠지는 날이 없습니다. 본 받을 만한 습관 입니다.

 

        햇빛이 따갑게 내려 쪼이는 지금 시간은 오후 3시 30분. 30대의 청년 한 사람이 실외의자에 누워 몸을 굽고 있습니다. 선오일(sun oil)을 바르지 않으면 강한 자외선이 몸에 해로울 수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멀리 극동빌딩이 보이고 명동쪽으로는 높은 건물들이 솟구쳐 있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도심 한 가운데 수영장이 있고 이 수영장에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것이 축복이라 생각됩니다. 아침 일찍 산을 다녀와서 한편의 영화(반헬싱, 대한극장)를 보고 오후엔 수영장에서 책을 읽고 사색을 하며, 시원함을 즐기는 것이 여유롭고 좋지 않습니까! 아까 조용하던 때와는 달리 지금 이곳 수영장은 사람이 제법 늘었습니다. 늘었다고 해도 6명밖에 되지 않지만요.    

   

        꼭 1년 전 루쩨른에 갔을 때 루체른 호수가의 자그마한 호텔 수영장을 갔더랬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 사람도 없었으나 수영장 물이 너무도 맑고 깨끗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영장은 바닥과 벽면에 푸른색 페인트를 칠하여 물이 흐려도 표가 나지 않습니다. 더러는 물이 더럽거나 소독을 너무 강하게 하여 눈이 금새 따가와 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곳 수영장은 바닥과 벽면 전체를 타일로 모자이크 하여 물이 깨끗한지 더러운지 금방 알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보기에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각종 물고기와 수초 등 바다 속 모습으로 모자이크를 하여 수영을 하는 사람이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되어 물속을 노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수영장 실내에서 바라보는 루쩨른 호수와 둘러싼 산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잠시 천국에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할 지경이었습니다.

 

수영은 나이가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하지요. 수영은 전신운동이면서도 관절에 무리를 가하지 않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합니다. 가수 패티 김씨는 나이가 60세가 넘었는데도 멋진 몸매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랑합니다. 그 역시 스스로의 몸 관리를 위해 또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수영을 즐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영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수영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 몸매관리를 한다는 사실입니다. 수영을 해서 몸매관리를 하는 것도 있지만 수영장에 가기 위해서 미리 몸매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기 위해서 나름대로 몸 관리를 합니다.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예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지요. 수영장에 등록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기는 매년 1월과 2월 그리고 5월과 6월이라고 합니다. 정초에는 새해가 되었으니 운동을 해보자는 결심 때문에 사람이 몰리고(금방 반 이상으로 사람이 줄지만) 5-6월엔 여름에 바다나 수영장에 가서 몸매와 수영실력을 뽐내기 위해 사람이 몰린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스스로 몸매에 신경을 쓸 수 있다는 점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수영장을 찾아 수영도 즐기고 책도 읽으면 좋겠습니다. 찾아보면 입장요금이 별로 비싸지 않은 수영장이 주위에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어려우면 마루나 거실에 물을 뿌린 후 선풍기를 바닥쪽으로 켜놓고 수영복 차림으로 미끄럼을 타고 책을 읽어도 되겠지요. 우습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 시도해 보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좋은 음악과 함께 라면 더 좋겠지요.

 

    태풍이 온다더니 오라는 비는 오지 않고 뭉게구름만 두둥실 떠있습니다. 바람은 어제보다 조금 더 붑니다. 멋진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2004/8/1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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