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을 하며 만나는 아주머니가 있다. 나이는 60세 전후로 보이긴 하나 정확한 나이는 알 수가 없다. 진분홍 혹은 초록색 타이즈를 신고 좀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러닝머신을 걷는데 주위 사람들은 의식하지 않은 채 언제나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평소 얼굴은 밝지않을 뿐더러 좀 심술 굳게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이 아주머니께서 커다란 플라스틱병에 냉녹차를 담아오기 시작했다. 큰 플라스틱 병에 녹차를 넣고 얼음을 반쯤 얼린 후 거기에 물을 부어 시원한 녹차를 만들어 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분이 혼자 먹으려고 준비해오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누어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었다. 주의 사람에게 시원한 녹차를 한잔씩 마시라고 권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고 ‘아, 이 아주머니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다. 한 사람의 수고가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한 것이다.
시원한 녹차 한잔을 종이 컵에 따라 마시며 아주머니의 작은 정성에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코치에게 싫은 소리도 잘하고 또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아침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매너 없고 고지식한 아주머니로만 알았는데 그런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분께도 자상함과 사려 깊은 면이 있었다. 아침에 녹차를 마시는 사람 모두가 훈훈한 정을 느낄 것이다. 시원한 녹차를 준비하는 아주머니의 정성이 고맙기만 하다.
아침마다 출근을 할 때 늘 보는 얼굴이 있다. 빌딩 로비의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용역회사 직원이다. 팔등신 미인에다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갸름한 얼굴에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착하게 보이는 이 여직원은 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다. 수수하면서도 깔끔한 원피스를 즐겨 입는 아가씨는 아침 출근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하는 모든 직원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억지로 하는 인사가 아니라 스스로 우러나와서 자발적으로 하는 인사이다. 6개월이상 1년 가까이를 관찰해본 결과 한결같은 모습이다.
아침마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는 이 직원의 모습을 대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밝아진다. 생기 있는 그 미소를 보면 오늘 하루도 멋지고 보람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런 느낌을 갖는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빌딩에서 근무하는 전 직원이 동일한 느낌을 가지리라 믿는다. 나는 그 미소의 가치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 경제적인 가치로 따져보아도 상당한 가치가 될 것이다. 아침 출근 때마다 미소 짓는 이 직원의 얼굴을 보는 것이 작은 기쁨이 되어간다.
미국 현대시의 어머니라 일컬어지는 에밀리 디킨슨은 그의 시 ‘만일 내가 한 마음의 상처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에서 삶의 의미를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만일 내가 한 마음의 상처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게 할 수 있다면
혹시 그 고뇌를 식힐 수가 있다면
또는 내가 숨져 가는 한 마리 물새를
그 보금자리에 다시 살게 한다면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2004/8/7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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