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생명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2. 7. 13. 12:10

    꽃들에 관심을 둘 겨를도 없이 시간을 보낼 때가 잦습니다. 돈 벌기에 바빠, 자식들 돌보기에 바빠 그런 것들엔 눈 돌릴 겨를조차 없는 것이지요. 그냥 바라보는 것은 좋지만, 가꾸고 기르기는 귀찮은 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랬습니다. 꽃을 좋아하지만, 한동안 꽃에 관심을 둘 수 없었습니다.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막 시작한 사업체를 본 궤도에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싶었습니다.

잔디에는 또 왜 그렇게 잡초들이 많이 올라오는지요. 끊임없이 올라오는 잡초들을 보고 마치 우리들의 마음 밭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염려, 걱정, 원망, 후회 같은 생각들이 고개를 쳐드니 말입니다. 민들레가 많아져서 민들레밭인지 잔디밭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기에 이웃에게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가게를 그만두고부터 잔디관리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앞뜰에 나가 물을 주고 민들레와 잡초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잡초가 반이고 잔디가 반이던 뜰이 조금씩 변해갑니다. 가뭄 탓에 누렇게 죽어가던 녀석들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진한 초록빛을 드러내며 본래 모습을 되찾아 갑니다. 거름도 뿌려주었습니다. 4~5년 동안 돌보지 않아 황량했던 잔디밭이 변하는 모습을 보니 새록새록 기쁨이 솟아납니다.

마음 밭을 거닐어 봅니다. 선한 마음, 깨끗한 마음, 평화를 바라는 마음, 다른 사람이 잘되기를 소원하는 마음, 기뻐하는 마음, 행복해하는 마음으로 채워진 밭인가 미움과 시기, 염려와 걱정, 원망과 후회로 채워진 밭인가 돌아봅니다금세 변하기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수년 내로 앞뜰의 잔디밭처럼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누리기를 소원합니다. 

 

늦은 저녁 시간 선배님이 전화를 해오셨습니다. 잠깐 집에 들르고 싶은데 가도 되겠느냐고 하십니다.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씀드렸습니다. 방울 토마토 세 포기를 들고 오셨습니다. 밤 10시가 지난 지라 내일 화분에 옮겨심기로 하였습니다. 아침에 다른 일정이 있어 점심 무렵에야 심었습니다. 축 늘어진 줄기와 잎을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일찍 심었어야 하는 건데 싶어 후회가 막심합니다. 사다 놓은 흙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말라가는 녀석들을 보니  마음도 함께 타들어갑니다. 탈 없이 자라던 녀석들을 옮겨와 공연한 고생을 시키고 있습니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제발 살아만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열심히 물을 주면서 일어나라고, 원기를 회복하라고 응원하겠습니다.

 

삼 년 반 동안 골수암으로 고생하시던 이미형 자매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두 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엄마인데 50대 초반의 나이에 서둘러 천국으로 떠나셨습니다. 3년 전인가요,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황망해하던 남편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눈동자 둘 곳을 찾지 못하던 그를 바라보며 아파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 보내는 그의 마음을 헤아릴 길 없습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 함께 기도했던 시간이 얼마인데 억울하게도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때로는 약하디 약한 생명입니다. 둘째 딸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올립니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

 

사랑하는 엄마, 엄마,

앞으로 엄마라는 말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슬프고 가슴 아픈 단어가 되어버렸어.

무심코 엄마라는 단어를 말하고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아.

우리 엄마 내가 너무 사랑하는 우리 엄마

편지로 엄마에게 내 마음을 꼭 전해주고 싶었는데 예고도 없이 너무 빨리 주님의 품안으로 갔어...엄마한테 못 해서 미안해...

3년 이상 긴 시간의 투병 생활 중에도 항상 나를 응원해주고 믿어주고 생각해주며 우리 가족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엄마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으로 우리가 지금 이 시간까지 올 수 있던 것 같아.

많은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했던 말처럼 엄마의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 그리고 아빠의 사랑으로 인해 우리에게 엄마와 함께하는 더 긴 시간이 주어진 것이었고 희망이 항상 우리 곁에 있었던 것 같아.

엄마가 아픈 이후 엄마를 이렇게 보낸 세상도 그리고 무심한 주님도 아주 많이 원망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바라만 보는 내 자신도 너무 원망스러웠어.

항상 우리엄마니깐...우리엄마니깐 다 괜찮아 질 것이라고 믿었고 엄마가 이렇게 떠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엄마가 없는 나의 삶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 이었으니깐... 

힘든 병상에서 조차서도 나를 안아주고 나를 격려해주고 나를 껴안고 웃어 주던 엄마의 모습이 내 기억 속에서는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별이라니...

아직은 엄마한테 해준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아직 나는 너무 어린데... 엄마의 사랑이 너무 필요한데 왜 하필이면 지금일까? 왜 우리 가족일까? 왜 우리 엄마일까?

아무도 대답해 줄 수 없는, 답이 없는 질문을 몇 년째 물어보고 또 물어봤어.

다른 친구들은 엄마랑 데이트도 하고 엄마랑 쇼핑도 가고...어리광도 부리고...엄마의 막내딸은 아직 엄마한테 어린아이인데 이런 나를 그리고 우리 가족을 두고 가면 어떡해...

지금은 모든 것이 너무 두렵고 무서워.

앞으로 엄마가 없는 내 삶을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리고 엄마만 바라보고 엄마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우리아빠 그리고 엄마밖에 모르는 우리언니는 어떡하고 왜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난 거야...

처음에는 주님의 힘으로 엄마가 완쾌되는 기적을 바랬지만 잔혹한 현실은 더 이상 이런 기적을 주지 않다는 것을 알아 엄마가 조금이나마 눈을 뜨고 나의 이름을 불러주길 바랬어.

하지만 이제는 엄마가 편안하게 주님의 나라로 가서 아픔과 고통 없이 행복하게 우리를 바라봤음 하고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왔나봐.

아직도 꿈만 같은 현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 걸까?

정신 차리고 보면 엄마는 내 곁에 없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눈물이 멈추질 않아. 엄마를 그렇게 보내야 하고 엄마는 왜 나를 두고 가시는 걸까?

엄마 곁에 너무 가고 싶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편안하게 보내줘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잔인해.

엄마와 우리가 이별한 그날 저녁 엄마에게 입힐 가장 예쁜 옷을 준비하던 중 발견한 엄마의 병상일기를 읽으면서 언니와 나는 또 한 번 한없이 울었어. 겉으로는 표현 안 해서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 우리엄마도 말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구나. 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항상 희망을 가지고 주님의 바라보던 엄마의 모습에 나는 또 한 번 미안해졌어.

왜 나는 현실을 보지 못하고 회피하려던 것이었을까?

매번 내가 말하던우리엄마니깐...”이라는 생각에 엄마는 항상 내 곁에 있을 줄 알았어.

차츰차츰 마음대로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표현도 할 수 없어 너무나도 아파하는 엄마를 보면서 이제는 정말 엄마를 보내 줘야 하나? 그리고 또 한 번 엄마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미안하고 고마웠어.

엄마,

엄마는 우리 곁을 떠나면서 나에게 정말로 소중한 선물을 남겨 주었다는 걸 알았어.

그것은 엄마로 인해 나는 진정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깨달았어.

바보처럼 지금 깨달아서 너무 후회되지만 엄마가 나에게 남겨준 우리가족의 의미 평생 기억하고 지킬게.

그리고 끝까지 잘 견뎌 낼 것이라는 약속 지켜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엄마 마지막까지 너무 강하게 잘 버텨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하는 우리 엄마

내 앞에 내 눈으로는 보지 못해도 항상 내 마음속에 그리고 항상 우리가족을 지켜주고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것 또한 기억하고 마음에 새길게.

그리고 엄마의 모든 것 잊지 않고 내 마음 속 깊숙히 간직할께

엄마, 우리 꿈에서 자주 만나.

지금도 엄마가 너무 그리워...너무 보고 싶어 가슴이 찢어져.

철없고 투정만 부리는 엄마의 병아리 막내 딸 사랑해줘서 너무 고마워.

나의 엄마여서 그리고 나는 엄마의 딸로 태어나 나서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

엄마...

고맙습니다.

진짜진짜 사랑해.

그리고 너무너무 보고 싶어...

 

2012 74일 엄마의 영원한 병아리 막내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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