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두려움을 넘어서면 강인해진다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2. 12. 1. 07:06

두려움을 넘어서면 강인해진다

 

최재식 씨는 젊고 잘생겼다한쪽 팔이 없는 상태로 2007년 무예타이 챔피언에 올랐다. 지금은 무예타이 도장의 관장이 되어있다.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막내였다. 여물을 써는 기계가 있었다. 부모님은 혹 아들이 다칠세라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 여섯 살 되던 해였다어른들이 외출한 사이 한 살 된 동네 아이와 놀다가 기계 속으로 손이 빨려 들어갔다. 기계가 손을 짓이겼다. 손이 끼인 채 전기 코드를 뽑아냈다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동네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팔을 빼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 후 파상풍을 앓았다. 결국, 한쪽 팔을 잘라내야 했다.

동네 아이들이 놀려댔다. 죽도록 패주었다. 엄마는 집집이 사과를 하러 다니기에 바빴다. 하루는 TV에서 무술영화를 보았다. 배우 ‘성룡’이 눈에 들어왔다. 무술을 하면, 장풍을 할 수 있으면 무시당하지 않으리라 여겼다. 동네 무도 도장을 찾았다

무도대학에 지원했다. 낙방이었다. 재수를 했는데 또 떨어졌다주변 형들이 ‘장애인이니 받아주지 않는 것'이라 했다. 분노와 슬픔의 세월을 보냈다. 매일 술만 마셨다. 하루는 술에 취해 늦게 집으로 들어갔다. 어머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장애 때문에, 편견 때문에 괴롭고 힘들어 죽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와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울면서 죄 없는 엄마가 왜 자신 때문에 슬퍼해야 하나 생각했다. 다시 일어나자고 다짐했다우유배달을 하고 텃밭을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

발차기하고 격투기를 하는 게 무척이나 부러웠다. 무예타이 도장을 찾아갔다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니 하고 싶었다. 저 사람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면 스스로 자랑스러울 것 같았다. “나 같은 사람도 운동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관장님은 “다른 사람보다 불리할 수는 있으나 못할 것도 없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위험과 불리함을 극복할 자신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첫 시합에서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막상 링에 올라가니 두려움이 앞섰다. '한쪽 팔로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 3라운드에서 링에 쓰려졌다. ‘빨리 일어나라.’는 생각과 ‘너무 힘들어.’라는 생각이 교차했다경기를 포기했다이 일로 일주일 정도 병원 신세를 졌다. 무예타이가 무서웠다. 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도전해야지.’ 라는 생각과 ‘거기 가면 죽을 것 같아.’ 라는 두려움이 교차했다.

꿈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링 위에서 죽자는 생각을 했다. 복귀 후 첫 경기에서 1라운드 KO로 이겼다. 다음부터는 기절하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킥복싱 공식시합에 나가 하루에 세 명을 KO 시켰다. 팔이 없는 상태로 세 명을 쓰러뜨리자 매스컴에서 떠들어 댔다.

챔피언 결정전 날이었다. 경기 중 스텐딩 다운(standing down)이 되었다. 정신이 없었다. 어지러운 상태에서도 온 우주가 울릴 정도로 ‘할 수 있다.’라고 외쳤다. 마지막 라운드 십 초 남기고 결정적인 한방이 들어갔다. 웰터급 챔피언이 되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니 너무나 좋았다.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에 구름 위를 날았다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사건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증오하고 미워했던 사람들도 다 용서가 되었다. 세상이 아름답게만 보였다. 은퇴경기를 멋있게 장식하지 못하고 KO로 졌음에도 기분이 좋았다. 가장하고 싶었던 말을 그제야 할 수 있었다. “저를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방황만 하던 저를 키워주신 사범님 감사합니다.

누구든 앞을 가로막고 있는 높은 벽이 있을 것이다. '이겨낼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도 있게 마련이다. 이때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면 힘이 생긴다. 두려움을 몰아내면 못할 게 없다. 가장 두려운 상대는 세상의 불공평이나 상대선수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일지 모른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면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