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약해지지 마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1. 23. 00:53

  

도요 할머니가 남긴 희망의 메시지 

 

 일본의 최고령 시인 시바다 도요 할머니는 98세의 나이에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발간했고 150만 부나 팔리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생각만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음을 보여주었지요. 2년 전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을 때 자신이 쓴 작품으로 실의에 빠진 주민을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재해 지역 주민들에게>

이제 곧 100세가 되는 나

천국에 갈 날도

머지 않았겠지요

그땐 햇살이 되고

바람이 되어

여러분을 응원할게요.

할머니가 보낸 응원의 시는 포스터로 만들어져 재해지역의 대피소와 학교 등에 붙여졌습니다.

도요 시인의 이야기를 두 할머니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쓴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은 당시(2011년) 토론토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에 실렸습니다.

어느 날 테이블에서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제 손을 꼭 잡으며 반가워하셨습니다모르는 분이라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주섬주섬 지갑 속에서 하얀 봉투를 찾아내셨습니다.

무슨 일일까 궁금했습니다. 할머니는 흰 봉투 속에서 신문 스크랩 한 장을 꺼내 보이셨습니다. ‘두 할머니 이야기였지요지갑에 넣어 다니며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읽는다고 하셨습니다. 도요 할머니의 시가 다른 할머니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이었던가요. 시니어 대학 학생들의 작품들(주로 공예품)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참여한 학생들이 쓴 작품을 전시할 터이니 글을 몇 편 준비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요. 전시회를 하루 앞두고 받은 부탁이라 당혹스러웠습니다. 미리 준비한 글이 없었거든요. 궁여지책으로 도요 할머니의 시를 전시했습니다.

시바다 도요 할머니가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1 24일 할머니의 고향 도기치현 우쓰노미야시의 가와다 시민 홀에서 장례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신 할머니, 나이가 들어서도 무엇인가 할 수 있음을 보여주신 할머니가 자랑스럽습니다. 남겨주신 긍정의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고 싶습니다.

'두 할머니 이야기를 다시 올립니다.

 

 

두 할머니 이야기

 

지난 10 25일에 있었던 자치단체장선거에서 89세의 할머니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캐나다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인 미시사가 시의 시장으로 당선된 헤이젤 맥칼리온. 구십에 가까운 나이에 시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용기부터가 대단했다.

  시민들은 사회를 위해 더 일할 것이 있다고 판단하는 그녀의 도전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70퍼센트에 달하는 사람들이 그녀를 밀었다. 4년 전 선거 때 얻은 90퍼센트의 지지율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으나 시민들은 여전히 할머니의 능력과 열정을 신뢰하고 있다. 4년간의 임기를 마칠 때 맥칼리온의 나이는 93세가 된다.

  일본의 시바타 도요 할머니. 올해 99세이시다. 할머니는약해지지마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펴냈다. 92세에 아마추어 시인인 아들의 권유로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다. 특별히 시에 대해 공부한 적도 없었다. 꾸준히 모아 온 시를 묶어 지난 3월 시집을 펴냈다.

  아들은 어머니가 시집을 내겠다고 하자 극구 반대했다. 책을 펴내 보았자 읽을 사람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쇄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할머니는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준비해두었던 돈을 꺼내놓으며 책을 출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하여 출판된 시집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무려 칠십만 부나 팔려나갔다. 일본 출판계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허리가 수직으로 꼬부라졌고 귀는 멀어 잘 들리지 않지만 도요 할머니는 글로 사람들을 위로하며 용기를 주고 있다.

 

<약해지지마>

저기, 불행하다며

한숨 쉬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거야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마

 

<비밀>

난 말이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그렇지만 시를 쓰기 시작하고

사람들에게 격려 받으며

이제는 더 이상

우는 소리는 하지 않아

99세라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꿔

구름도 타고 싶은 걸

 

<아들에게1>

뭔가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를 떠올리렴

누군가와

맞서면 안 돼

나중에 네 자신이

싫어지게 된단다

, 보렴

창가에 햇살이 비치기 시작해

새가 울고 있어

힘을 내, 힘을 내

새가 울고 있어

들리니 겐이치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는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끝까지 고집 부리지 말고

편하게 가는 게 좋아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한국에 있을 때에는 직장동료, 선후배, 동창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았다. 캐나다로 옮겨온 후 활동이 줄어들다 보니 스스로 애늙은이가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런 와중에 접한 두 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나이가 많아 무슨 일이든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한낱 핑계일 뿐임을 확인한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열정의 문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