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새해 기억하고 싶은 시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 5. 08:20

동문수학 문우가 새해 아침 시 한 편을 소개했다. 마음 가지에 걸고 날려가지 않도록 동여맬 일이다.

 

<새해의 기도/ 이성선> 

...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 이성선 시선집 (시와시학사, 2005)

 

명망이 높으신 수필가 선생님께서 소개하신 시 한 편 더 올려둔다. 2015년을 살며 기억하고 싶은 시 중의 하나이다.

 

<나비 인사/ 서자원>

말을 몰랐으면 얼마나 좋을까

새를 보면

새의 말을 하고

풀을 보면 풀잎의 말을 하며

풀잎과 함께 여치 메뚜기 지렁이도 키우고

산에 가면

나무의 말로 구름 부르고

들길의 말로 들길을 걸으면

들길 따라 들꽃도 따라오고

들꽃 따라 꽃말하면

잠자리가 어깨에 앉겠지

콩과 흙이 말을 주고 받으면

내 발이 말을 이어 받는 세상

말을 몰랐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람과 함께 바람의 말로

산도 넘고 물도 건너고

나비를 만나면

나비의 말로

안개를 만나면

안개의 말로

아침 인사 저녁 인사 얼마나 반가울까

달밤에는 달 그늘에 그늘과 앉아

풀벌레 소리에 달을 베고 누으면

산소리 별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함께 눕겠지

말을 알아도 너무 많이 알았어

내 말 다 버리면

네 말 다 말할 수 있을까

말을 몰랐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비 인사』(코리아기획, 2014. 12.)-

 

<감상>

창작문예수필작가는 '말을 모르'거나 '내 말을 다 버린'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