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그가 떠났다 150110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 10. 22:08

그가 떠났다.  

지난 육 년 동안 나는 그의 주변을 그는 내 주변을 맴돌았다. 일자리에도 함께 있었고 안식의 자리에도 함께했다. 캐나다로 삶의 거처를 옮겨왔음에도 자녀들과 함께 예배의 자리에 나아가지 못함(부모를 따라 옮기지 아니하고 다니던 곳을 계속 다니겠다고 고집했다)을 안타까워할 때 자신의 아픔인양 아파해 주었다.

이 년 동안 운영하던 가게의 문을 닫은 후 그를 찾아갔다. 그가 몸담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궁금했다. 요모조모 설명해주며 최종적인 판단은 스스로 하는 것이라 일러주었다. 조심스럽게 당신 같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직장에서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소담스런 그의 사무실은 늘 활짝 열려있었고 백오십 명 동료의 사랑방이었다. 사람들은 최고 책임자에 하지 못할 말을 그에게 가서 했다. 그는 사람들이 하는 어떤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책임자 역시 그를 무척 신뢰했다. 사무실 전반의 운영을 그에게 맡겼을 정도였으니까.        

오늘 아침 그가 밴쿠버로 떠났다.

밴쿠버에서도 배를 타고 한참을 더 들어가는 원주민들이 사는 동네로 가기 위해서였다. 백인들에게 내쫓겨 한곳에 모여 사는 상처 입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과년한 두 딸을 남겨둔 채, 살던 집도 팔고, 다니던 직장의 매니저 자리도 내어놓고, 삼십 년을 함께 하던 최고 책임자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동료들의 눈동자도 내려놓은 채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로 총총히 걸어 들어갔다.

그가 떠났다.

 

*  학벌, 지위, 가진 것 다 내려놓고 찢겨진 땅, 황폐한 땅으로 떠난 그는 서울의 K고와 S대를 나온 63세의 청년이다. 그는 그곳에서 원주민이 되려 한다.

* 10일 오전 5시 30분 피어슨 공항에서 내외를 배웅했다. 6시가 좀 못되어 탑승장으로 들어갔다. 배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외의 마음이 되어보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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