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말이라고 다 말은 아니다 151011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 12. 02:18

말하려 한다. 시로 말하고 노래로 말하고 그림으로 말하고 조각으로 말하고 만화로 말하려 한다. 심지어 파리의 테러리스트들도 말하려 했다. 풍자만화를 그린 만화가도 말하려 했고 오늘 아침 헬스클럽 사우나에 앉아 나를 바라보던 검은 피부의 아저씨도 말하려 했다. 말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얼마나 답답할까. 사우나에 둘이 앉아 서로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더라면 얼마나 서먹했을까.

하지만 말이라고 다 말은 아니다. 시가 다 시가 아니듯, 수필이 다 수필이 아니듯 말이라고 다 말은 아니다. 나도 그랬다. 시는 다 시이고 수필이면 다 수필로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라고 다 시가 아니고 수필이라고 다 수필이 아님을 알아간다. 테러리스트들도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말로 말을 막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에서 만화로 세상을 풍자하다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며, 저항의 날에(Day of Defiance)-

 

* 어떤 말은 도리어 말문을 막고 어떤 말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오늘 아침엔 몸을 데우러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마음마저 녹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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