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수도원의 아침 151013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 14. 01:03

수도원의 아침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지지배배 우짖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눈 덮인 대지 위로 듬성듬성 자리잡은 고목(古木)엔 가지만 앙상하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소나무와 용솟음치듯 솟아있는 침엽수가 수도원을 지키기라도 하는 듯 우두커니 서 있다.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아침 해가 대지를 일깨운다. 차갑게 얼어붙은 눈밭 위로 싱그러운 햇살이 속삭이듯 내려앉는다. 하이얀 눈빛에 반사된 햇살은 가지 사이를 오가며 아침 인사를 건넨다.  

조용히 안으로 잦아들어 침잠하며 자신과 만난다. 세상의 소리와 소음, 복잡한 이야기와 뒤틀린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해 벌거벗은 모습으로 앉아있다. 생각해보면 소리와 소음, 이야기는 별것 아닌지 모른다. 내려놓기만 하면 자신과 전혀 무관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저곳에서 이곳으로 잠시 옮겨 왔을 뿐인데 서로 다른 세상이다. 세상을 떠나는 이치도 이와 같을까. 말하고 하지 않고의 단순한 차이인데 침묵하니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고 보이지 않던 사물이 보인다. 복잡한 것들이 정리되고 잊힌다평안하다.

-온타리오 픽커링 만레사 수도원(Manresa, Jesuit Spiritual Renewal Center, Pickering ontario, www.manresa-canada.ca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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