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자>
수요일 아침 노숙자들을 위한 자원봉사에 참여하다. 11월부터 시작된 Out-of- the-cold 프로그램이 다음 주로 끝이 난다. 올해도 많은 분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셨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10주 동안 빠지지 않고 참여하신 분들이 여러분이시다. 화요일 저녁 식사 준비와 잠자리 준비 등 주도적으로 참여한 영어권 봉사자들 외에도 김명세, 최승욱, 정달주, 성장석, 성경희, 김창일, 문병향, 박영덕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수고해 주셨다. 10주 동안 귀한 시간을 쪼개 섬겨주신 분들께 감사한다. 살면서 소중한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게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웃을 위하여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신 그분들이 있기에 세상이 조금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2016년 1월 13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눈이 많이 내린 날 아침 베더스트와 러더포드의 세컨컵으로 왔다. 눈 내리는 길을 운전해 오며 감사했다. 내가 무슨 복이 있어 노스 아메리카로 와서 이런 장관을 보며 여러 피부색의 사람들과 어울려 사느냐는 생각을 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는 시편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닫았다. 그저께 지하에 내려갔더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씀이 새겨진 접시가 있었다. 신혼 초 수시로 바라보며 묵상했던 말씀이었다.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니 말씀대로 되었다.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은 언약의 말씀을 반드시 이루신다. 꿈꾸고 생각한 대로, 심은 대로 거두게 하신다.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크게 이루어 주신다.
사흘 동안 운동을 못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다. 피트니스 센터의 멤버십을 개인에서 회사(corporate membership)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 1월 15일부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피트니스 클럽 대신 설경이 아름다운 맥 마이클 갤러리 주변을 걷자고 해볼까?
저녁 시간, 장로성가단 연습을 쉬고 있는(한여름과 한겨울에는 방학한다) 아내와 영화 레버넌트(The Revenant,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보다. 마이클 푼케(Michael Punke)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각색한 영화이다. 소설 레버넌트는 1820년대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전설적인 실존 인물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거친 대자연을 맨몸으로 뚫고 다녔던 사냥꾼들의 생활을 역사적 사실을 동원하여 현실감 있게 되살려냈다. 극한을 달리는 기후와 사나운 짐승들, 곳곳에 터를 잡고 맞서는 적대적 인디언이 등장한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광활한 대지에서 사냥꾼들이 느껴야 했던 두려움과 고독, 생존을 향한 집착을 표현하고 있다. 소설은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생생한 지역 색채를 바탕으로 펼쳐낸 현장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삶의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던져준다. 레오나르도 드 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는 인간의 놀라운 정신력과 생존본능의 가장 내적인 요소를 파헤치는 작품이라 하겠다. 흥미 위주로 한 번 보는 것으로 그칠 작품이 아니라 기억의 창고 속에 남겨두고 가끔 음미해 볼 만한 작품이다. 마이클 푼케의 원작소설이 곧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할 예정이라 하니 기회 있을 때 읽어볼 작정이다. 가능하면 원어로도 읽어 보려 한다.
2016년 1월 12일
<심양준 권사 장례식 참석>
심양준 권사님의 장례식에 다녀오다. 고인은 1926년에 태어나 흥남철수작전 때 월남하신 어른이시다. 원산의 루씨 고등학교를 졸업하신 분, 그리고 39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1남 3녀를 키우셨다. 그분의 막내 양을숙 집사님이 이웃에서 살고 계시다. 고 심양준 권사는 양을숙 님이 다섯 살 되던 해 남편과 사별했다. 엉뚱한 행복감이 생기고 엉뚱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엉뚱한 일들이 생겨나는 게 기독교인들의 삶이라는 이야기를 영국의 어떤 목사님이 했다고 한다. 고인이 그런 사람이었다고 한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을 가진 분. 막내 따님도 알 수 없는 행복감으로 가득한 명랑소녀인데 오늘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고인의 그 자신감은 어쩌면 자신이 루씨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국 사회의 엘리트였다는 자아의식 때문이 인지도 모르겠다고 집례를 맡으신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루씨 고등학교는 미국인 선교사 미스 케롤(Carrole)과 미스 놀(Knowles)이 세운 학교로 학교의 상징물이 9개의 포도송이이다. (갈라디아서 5장 22절에 나오는 성령의 9가지 열매인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의, 진실, 온유, 절제를 상징) 아무리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면 반드시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돌아가신 심양준 권사님을 통하여 다시금 깨닫는다. 하관식이 있던 날, 영하 15도 체감온도 영하 25도의 추운 날씨였다. 잠시만 밖에 서 있어도 귀 끝이 얼어버릴 듯한 매서운 날씨였음에도 마음만은 무척 따뜻했다. 어려움을 이겨낸 삶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016년 1월 4일
<조이>
1월 첫날 아내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관은 생각보다 붐비지 않는다. 아주 인기 있는 영화를 선택하여 보기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영화를 선택했다. 제목은 joy. 실재 인물인 Joy Mangano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여 각본을 쓰고 영화화했다. 물론 50%는 실제의 이야기가 아닌 꾸며낸 것이긴 하지만.
제니퍼 로렌스가 조이 역할을 맡았다. 불굴의 의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여 이루어낸 라이프 스토리라 공감이 간다. 결국은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명확한 꿈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좀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하지 않으면 해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오늘(2일) 아침 같은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던 선배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셨다. 아들에게 부족함을 못 느끼고 크게 했더니 직장에서 견디지 못하고 나오더라고 하였다. 컴퓨터를 공부한 후 높은 연봉을 받고 IBM에 들어갔는데 1년 동안 일을 주지 않더라면서 나왔다고 했다. 벨(Bell)에 들어갔는데 이곳에서도 1년가량 있다가 나왔고 이후 보험을 파는 일을 했는데 그 또한 잘하지 못하더라는 말씀을 하셨다. 부모가 공부하는 데 비용을 다 대어주고, 어려운 일을 시키지 않고 했더니 조금만 힘든 일을 맡겨도 견디지 못하고 나왔다고 한다. 자녀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독립심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영화 조이를 보면서 느낀 점은 열정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나 역시 아이들 다 키웠고 살만해졌다고 게을러지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더 노력해야 한다. 2016년 1월 1일
<2015년 우리 가정 7대 뉴스>
2015년 한 해 우리 가정 7대가 무엇일까? 큰아이 지혜의 레지던트 자리가 뉴욕주립대학 다운스테이트 하스피털로 결정된 것과 부족한 사람이 장로로 장립한 것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특별히 지혜의 레지던트 자리는 이삼 년 전부터 기도해오던 염원이었다. 장로 장립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내가 과연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질문을 계속했었고 또 나보다 더 오래 교회를 섬겼고 더 능력이 있는 분이 많은 데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6개월 이상이 지난 뒤에야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장로로 섬기게 하신 그분께 깊이 감사하게 되었다. 둘째는 토론토 제너럴 하스피털의 트랜스플랜트 디파트먼트에서 일한다. 년 초 험버 칼리지에서 8주간 교육을 받은 후 디비전내 중환자 돌보는 일을 맡게 되었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큰아이에게 파트너가 생긴 것, 년전 사둔 콘도를 클로징한 것, 아내가 새로운 기술을 익힌 것, 장로성가단 정기연주회에서 반주자로 연주를 잘한 것, 한가족 선교회 양로원 봉사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 둘째가 파트너와 아름다운 교제를 하며 여러 곳을 여행한 것 등을 뉴스로 꼽고 싶다. 돌이켜보면 모두가 감사한 일이지만 특별히 큰아이의 레지던트 자리가 SUNY Downstate Hospital로 결정된 것과 부족한 사람이 장로로 섬기게 된 것은 오래 기억될 일이 아닐까 한다.
2015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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