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2015 겨울 뉴욕 1 고진감래(苦盡甘來)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2. 31. 09:07

토론토에 오더라도 겨우 하루를 머무를 수 있다고 했다. 오는데 하루 가는데 하루를 빼버리면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러잖아도 시간이 부족하여 아쉬워하는 아이인데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싶었다. 마침 둘째도 친구와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내외만 동그마니 집을 지킬 바에야 차라리 우리가 뉴욕으로 가기로 했다. 뉴욕이야 언제 가더라도 볼 것이 있고 이야깃거리가 있는 곳 아니던가. 가는 길에 아이에게 김치도 몇 포기 실어가 주면 좋을 터였다. 지난 가을에 갔을 때 뛰어서 건넜던 브루클린 브리지도 눈앞에 아른거렸다. 집을 나선 지 열 시간 만에 딸아이의 집에 도착했다.

근무를 마치고 병원에서 준비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 후 돌아온 아이를 반갑게 맞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제법 의젓하다. 자신감도 넘쳐난다. 공부하는 과정은 길고 힘들었지만, 공부를 끝내고 막상 일을 시작하니 재미가 있나 보다.

따지고 보면 아직은 배움의 과정을 걷고 있는 셈이다. 레지던트 과정을 끝내고 펠로우십 일이 년 더 할 것을 생각하면 사 년이나 더 남았다. 대학 사 년, 대학원 사 년, 레지던트 삼 년, 펠로우 일이 년, 이를 모두 합하면 십삼사 년이나 걸리는 수련의 과정이다. 힘든 내색하지 않고 견뎌내는 녀석이 대견하다. 가치 있는 것을 얻으려면 더 큰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기 마련인가 보다.

아내는 딸아이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해먹이겠다고 부엌을 서성거린다.

2015 12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