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we live 1>
기러기 한 쌍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 작은 정원에 둥지를
틀었다.
암수가 번갈아 알을 품기 시작했다. 암컷이 알을 품고 있을 동안 수컷은 주변을 지켰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머리를 주억이며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입을 크게 벌리며
‘샤아아샤아아’ 뱀 소리를 냈다.
숲에서 알을 품으면 여우며 살쾡이며 청솔무가 달려들어 새끼를 채 갈 터이니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을 안전한 곳으로 여기며 둥지를 틀지 않았을까. 행인이 다가서도 도무지 물러설 생각을 않고 비켜서라는 듯 버티고 서 있었다.
어느 날 보니 다리를 심하고 절고 있었다. 자동차가 다가서도 자신의 영역이라며 비켜서지 않다가 부딪힌듯하였다. 아픈 다리에도 불구하고 알을 품은 파트너 곁을 떠나지 않고 힘들게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저런 다리로 어떻게 새끼를 돌볼까 싶었다.
며칠 후 다리를 절던 어미 기러기 한 마리는 오간 데 없고 다른 한 마리 기러기만이 외롭게 둥지를 틀고 있었다. 머리를 깃털에 파묻고 잠을 청하는 듯 보였다. 비까지 주룩주룩 내렸다.
다친 기러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아픔을 견디다 못하고 죽어간 것일까. 알을 품고 있는 파트너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사라져 간 것일까. 살아남은 어미 홀로 어떻게 새끼를 돌볼 수 있을까. 몇이나 살릴 수 있을까?
새끼를 안전하게 키우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온 게 오히려 화를 자초하였는지도 모르겠다. 도시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최소한 자동차에 부닥치는 사고는 당하지 않았으리라. 숲에 있자니 호시탐탐 새끼를 노리는 천적이 두렵고 도시로 나오니 인간들이 두려운 곳이 기러기 부부가 맞닥뜨린 세상이었을지도 모른다.
<The world we live 2>
선교사로 복음을 전하다가 캐나다로 와서 생활하는 동기를 만났다. 일본에서 신학 공부를 끝내고 동경에서 350킬로 떨어진 시골 마을에 정착하여 교회를 짓고 목회를 하였고 이후 동경으로 올라와 매주 삼사백 명의 노숙자들에게 밥을 해 먹이며 그분들을 섬겼단다.
큰아들 이야기가 아픔으로 다가왔다. 일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며 축구부 주장을 맡았고 응원단장을 하는 등 활동적이었던 아들이 토론토로 와서 방황하는 이야기였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여 리더십을 발휘하던 아이가 말도 안 통하는 곳에 와서 겪어야 했던 좌절감이 오죽했을까.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등학교 과정에 들어가 멍청히 앉아있어야 하는 아픔, 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고 주변의 기대는 여전하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으나 제대로 되지 않을 때의 그 좌절감! 뿌리를 파내어 다른 곳에 옮겨심었을 때의 그 생채기를 어찌 말로 다하랴.
고등학교 때 한국에서 캐나다로 옮겨와 말 한마디 못하며 학교에 다녀야 했던 동년배 목사님의 아픔을 들으며 공감한 바 있다. 자신에는 한마디 의논도 없이 삶의 거처를 옮겨온 아버지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죽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었다. 친구의 아들 또한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좀 쉬려고 토론토에 왔다가 5년째 살고 있다는 친구는 지나간 오 년이 오십 년 같았다고 했다. 삶이 좀 나아졌다고는 하나 우리가 맞닥뜨리고 사는 세상은 어차피 고난 길일 수밖에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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