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에 숨겨진 선물 1>
사용한 지 10년 가까이 되었으니 고장이 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차고 문 한쪽이 비스듬히 기울며 닫히지 않는다. 살펴보니
여닫을 때마다 감기고 풀리던 철삿줄이 끊어져 느슨해져 있다.
무엇을 좀 고칠 줄 알면 좋으련만 도무지 그렇지 못한
위인이다.
설치해주었던 사람의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출장을 가서 서비스하는데 60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기꺼이 지불하겠다고했다. 수리하는데 반 시간이나 걸렸을까.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기계치인지라 도무지 감이 없다. 아내는 집안 어디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아예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 문제를 더 크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일까. 무엇이든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겁부터
덜컹 난다.
차고 문의 이상을 발견한 것도 주일 아침 교회로
가려고 집을 나서는 길이었다. 출발해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나있었는데 문이 닫히지 않으니 난감할 지경이었다.
손을 보려고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열어놓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안쪽엔 지저분하게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감추고 싶은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보이는 듯하였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도, 교우들을 만나는 중에도 열어놓고 온 차고 문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적잖이 신경이 쓰였다.
고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8년 반 전 설치했던 사람의
전화번호를 어디엔가 적어놓았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뒤지면서 생각해보니 차고 어느 곳엔가 적어 놓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가가보니 이름과 함께 전화번호가 또렷이 적혀져 있었다. 곧바로 전화를 했다.
“제이콥 우리집 차고가 고장났어”
“무엇이 문제인데?”
“차고 문을 열면 한쪽은 자동으로 올라가는데 다른 한쪽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 비스듬히 기울다가 멈춰 서버려.”
“아랫쪽 센서에 불은 제대로 들어와?”
“그건 별문제가 없어.”
“내가 가면 출장비가 60불인데 지급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와서 고치기만 해 줘.”
“오늘은 시간이 안 되고 내일 오후 6시쯤 갈게.”
“좋아 그럼 그때 봐.”
다음 날 제이콥이 왔다. 훤칠하게 큰 키에 대머리였다. 8년 반 전 보았던 청년의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이삼십 분 손을 보더니 완전히 고쳐놓았다. 문이 자동으로 내려왔다 올라갔다 하는
도르래 쪽이 녹슬어 있다며 보여주었다. 녹을 닦아 내고 기름을 좀 칠해주면 좋겠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작동되지 않던 리모트 오프너도 보여주었다. 배터리를 바꾸지 않아 그렇다고 하였다.
능숙한 솜씨로 열더니 꺼내 보이며 인근의 월마트 가전 제품 코너에 가 사서 바꿔 끼우라고 했다.
잘 닫히지 않던 현관문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무엇이 문제인 것 같아?”, “뾰족이 나와 있는 이 부분을 바꾸어 뀌어봐.” 제이콥이 간 뒤 스크루를 가져와 현관문의 잠금 장치를 풀고 이야기해준 대로 바꾸어 뀌었다. 거짓말같이 작동이 되었다. 앓던 이가 빠진 듯 속이 시원하였다.
처음 문이 고장 났을 때 겁이 덜컹 났고 근심거리였지만
이것저것 손을 보고 나니 좋은 일이 더 많았다. 그동안 해결되지 않아 고민하던 문제들도 한꺼번에 해결되었다.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듯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들도 이와 같을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신경도 쓰지만, 막상 해결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선물도 얻게 되니 말이다.
<문제에 숨겨진 선물 2>
뉴욕의 한 병원에서 수련의(레지던트)로 일하는 딸아이는 로테이션에 따라 힘들 때도 있고 덜 힘들 때도 있는 모양이다. 2~3주 전에는 많이 힘들다고 울먹이더니 지난주에는 편안했다고 한다. 목소리가 밝은 걸 보니 견딜만한 모양이다. 힘들다고 하소연했을 때 그 또한 지나가리라고 했었다. 살아보니 어려움은 찾아오지만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고 지나갔다. 딸도 삶이 그런 것임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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