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고등어 낚시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8. 8. 5. 21:35

 이웃이 고등어 낚시를 하러 노바스코시아로 떠난다. 토론토에서 노바스코시아까지 운전을 하여 다녀오는 것이니 열흘도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리라. 함께 가기로 궁리하였으나 아내나 나나 시간을 만들기가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 부부 대신 한국에서 함께 직장생활을 하였던 동료 내외와 동행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했다.

이웃은 이 여행을 위해 지난 4~5개월 동안 준비를 하였다. 어디를 거쳐 가는 것이 좋을지, 낚시 바늘은 어떤 것을 쓰면 좋을지 연구하고, 혹 하게 될지도 모를 밤낚시를 위해 집어등을 만드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여행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는 듯하였다.

 바다에서 건져올려지면 몇번 퍼덕 거리다가 죽을 만큼 성질이 급하다는 고등어다. 그런데 고등어가 그리 빨리 죽어버리는 것은 성질이 급해서가 아니란다. 넓은 바다를 무리지어 헤엄쳐다니며 호흡을 하는데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호흡이 끊겨 바로 죽는다는 것이다.

 고등어 잡이는 물때를 잘 맞추는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부디 물때를 잘 맟추어 고등어도 많이 잡을 뿐더러 바다를 바라보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빳빳이 재충전되어 돌아오기를 바란다. 고등어를 소재로 쓴 겨울 판화라는 시를 소개한다


겨울 판화/박윤배

 

헛배가 자꾸 불러온다

비날포장 처마 위에 눈이 쌓이고

얼음꽃 차디찬 이마 뉘인 고등어들

비린내 상자에 잠겨서 지느러미를 꺾고 있다

등줄기 시퍼런 파도가

살갗에 달라붙는 소금알 몇 개를 닦아내고 있다

눈 치켜뜨고 살아가라고

사람들 얼마나 싱싱한가를 물어오고

가게 주인은 몇 홉 소주에 취해

코 골며 망을 보는 한 폭 그림 속

어머니 심부름으로 달려온 아이 하나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어

서성이는 겨울 저물 무렵

살소름이 점점 선으로 돋아나고 있다

바다 앞에 멈춰선 벼랑처럼

내가 발라낸 잉크는 미끄러지지 않고

머뭇거리는 추위 몇이 얼핏 보인다

앙상한 활굽이 등뼈로 누워

칼도마 위에 얹혀질 순간을

다물지 못한 입으로 기다리고 있는가

스물스물 죽음 도려낼 칼날을

귓밥 얼얼하게 지켜보고 있는 나는

분명 새겨 놓고 싶은 것이 있어

굳은 피 혈관 속으로 세모칼을 밀어넣는다

흰 등뼈로 누워서만 살 수만은 없음을,

그리하여 완성되는 겨울 판화여

찢어진 부레로 눈발은 가볍게 내리고

싱싱한 뼈도 일으켜 세워야지

허무와 슬픔 뭉쳐진 대가리는

어느 집 싱거운 개가 물어갈지라도

가물가물 흐려진 풍성 속에 찍혀질

몸뚱어리 너는 늘 푸른 원목이여

나이테 눈물 중심부에 과거도 그려 넣어야지

사람들 고픈 배로 바라보던 고등어

내장 꺼내 던진 서러운 날도 있어

온기 나누고 싶어지리라

죽어 있던 이십대의 숯불심장 위로도

세상의 죽어 있는 것들에게도

소금 같은 눈발 한 줌 뿌려지고

불기둥 세우고 달려나갈

펄떡펄떡한 지느러미를 아프게 새겨 넣는다 

 

박윤배_1989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96 시와시학 신인상. 19회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시창작원 형상시학 대표. 신춘문예공모나라 특별회원모임 회장. 시집 『쑥의 비밀』, 『얼룩』, 『붉은 도마』, 『연애』, 『알약』

<2018 8 5>


<일상/8/3/2018>

 다시 필을 잡았다. 잡자마자 시작한 것이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이었다.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민윤숙씨가 쓴 논픽션 당선작 아니야 안돼 안돼를 읽었는데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구체적으로 쓰는 기술해 내는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을 잘 쓰자면 우선 관심이 있어야 하고 집중력이 있어야 하며 꾸준히 노력하여 표현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니어 문학상 수상작과 다른 작품들을 차근차근 꾸준히 읽고 매일 한페이지씩 쓰기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골프를 치는 것과 같아서 골프 연습을 하면 할 수록 편안해지고 익숙해지며 잘 치게 되는 것처럼 글쓰는 것도 쓰면 쓸 수록 편안하고 잘 쓰게 된다.


이철순 권사님께서 돌아가셨다. 50대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기도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캐나다로 오신 것이 2002년이라고 하니 16년을 캐나다에서 사신 셈이다. 일찍 남편과 사별하시고 외아들 며느리와 함께 평생을 사셨으니 행복한 노인이기도 하시다. 아들과 며느리가 어머님께 효도를 잘 했구나 생각하게 된다. 이철순 권사꼐서는 자족하는 삶을 사신 듯하다.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사는 삶 얼마나 아름다운가! 성경을 필사하신 것을 보니 글씨도 가지런하고 차분하게 쓰셨다. 성격이 어떤 분이셨던지 짐작하게 된다. 31년 생이시니 돌아가신 아버님과 나이가 같으신데 연세에 비하면 글도 참 잘쓰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의 필체가 참 좋았던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 권사님께서 쓰신 일기도 일부 볼 수 있었는데 진솔하게 참 잘 쓰셨다. 일기를 쓰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살 수가 있고 나중에 다른 사람이 읽게 되었을 때 감동을 주거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소중한 것이다. 우선 나부터가 글쓰기와 일기 쓰기에 게으르지 말아야 할 일이다. 장지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었는데 당연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분이 쓰신 일기가 그렇고 아들 며느리의 효심이 그렇다. 두 손녀 또한 착하고 예쁘게 보였다. 앞으로 훌륭한 가문을 이루어 잘 살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아래는 며느님과 지난 주일 주고 받았던 메시지이다. “장로님 제가 정신이 없어서 말씀을 못드렸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오이 한 개 수확해서 기쁨을 나누고자 가져왔습니다. 꼭 픽업해주세요. 김정연 드림.”, “네 집사님 감사합니다. 잘 픽업했습니다. 귀한 수확 맛나게 먹을께요. 집에서 이런저런 농작물 길러봐서 자식 같은 수확이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편히 쉬시고 좋은 한 주 보내세요. 시어머니 꼭 회복 되셔서 몇 년 만이라도 더 얼굴 뵐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기도드립니다.”


 우리 모두는 반드시 떠난다. 떠날 때 후회 없기를 위해 삶을 축제처럼 셀레브레이션 하면서 살 일이다. 그리고 관계들 속에서 그런 관계를 가질 수 있음을 감사하고 즐겨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어야 한다. 어머님 말씀대로 늘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 들을 수 있도록 조금은 손해 보면서 베풀며 살아야 한다. 내가 아버님께 배운 것이 있다면 근검 절약하는 정신이요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이며 어머님께 배운 것은 가능하면 이웃에게 넉넉히 베풀면서 착하게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