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내 믿음의 봄 2020년 4월 13일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0. 4. 15. 08:56

 아침 저녁으로 집 주변과 인근 공원을 걷는다. 걸으며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 것을 본다. 수많은 눈망울을 보는 듯하다. 가지마다 몽우리를 터트릴 준비를 하며 누가 먼저 시작할 것인가 눈치 작전 중이다. 새들은 이 가지 저 가지 옮겨 다니며 새봄을 노래한다. 작은 호수엔 기러기들이 짝 지어 헤엄친다.

 

 흔히 봄은 희망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금년 봄은 여느 해 봄과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들은 주로 집안에서 지낸다.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가끔 사람을 대하게 되더라도 서로 피한다. 저만치 사람이 다가오면 슬쩍 피하여 이 미터 간격을 유지하려 애쓴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프론트 라인(최일선)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들 자신도 바이러스로 인하여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병원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혹 병균을 옮겨 배우자나 자녀들이 감염되지 않을까 마음 졸인다.

 

 뉴욕에서는 하루에 칠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죽어나간다. 전쟁에서나 경험할 숫자이다. 콜롬비아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딸아이는 가족에게 죽음을 준비하라고 알리는 일이 힘들다며 전화통을 붙잡고 울먹였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목숨을 잃는 환자 가족에게 영상으로 환자의 모습을 비춰주며 마지막 이별을 하게 한다고 했다.

 

 사십 대의 간호사가 뉴욕의 한 병원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다섯 명의 자녀를 둔 다른 간호사가 숨졌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세 아이의 엄마인 영국의 간호사는 삼십육 세의 나이로 남편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남편은 죽어가는 아내를 품에 안고 아이들은 걱정하지 말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단다.

 

 오늘 아침에는 마흔 살 아빠가 아내와 세 명의 어린 자녀를 남겨둔 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말문이 막히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젊은 아내의 무너져 내리는 가슴은 어떻게 하며 아빠를 잃은 어린 자녀들은 어이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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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는 죽은 듯한 가지에서 새싹이 돋는 것을 보며 바이러스가 언제 있었냐는 듯 스르르 물러가고, 죽은 자들이 부스스 일어나 활짝 웃는 기적을 애써 꿈꾸어 본다.

 <閑素>

 

 

<내 믿음의 부활절/유안진 1941~>

 

지난 겨울

얼어 죽은 그루터기에도

새싹이 돋습니다

 

말라 죽은 가지 끝

굳은 티눈에서도

분홍 꽃잎 눈부시게 피어납니다

 

저 하찮은 풀포기도

거듭 살려내시는 하나님

죽음도 물리쳐 부활의 증거 되신 예수님

 

깊이 잠든 나의 마음

말라죽은 나의 신앙도

살아나고 싶습니다

 

당신이 살아나신

기적의 동굴 앞에

이슬 젖은 풀포기로

부활하고 싶습니다

 

그윽한 믿음의 향기

풍겨내고 싶습니다

해마다 기적의,

증거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