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상을 차려준 기억이 없다고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진한 아쉬움이 배여 있었다. 딸은 고등학교를 마친 후 집을 떠났다. 그러다 보니 생일에 따뜻한 밥 한 그릇 제대로 챙겨 먹이지 못했다.
생일상을 차려 주러 가자는 제안에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내가 일을 마치는 다섯 시에 출발하면 일곱 시에는 포트 이리에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딸아이에게는 미리 알리지 않기로 하였다. 깜짝 생일 선물로 집밥을 먹게 하자는 일종의 계략이었다.
국과 잡채, 김치와 무채, 두부 전은 아내가 일을 하러 가기 전 미리 준비해 두었다. 아마데우스에서 티라미슈 케이크도 샀다. 티라미슈 케이크는 사위가 좋아하는 디저트였다. 사위 역시 중학생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이후 뉴욕과 보스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객지 생활 경력으로 따져 딸이 선수라면 사위는 도사쯤 될 것이다. 얼마나 집밥이 그리웠을까!
마른 논에 물들어가는 것과 제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제일 보기 좋다고 했던가. 자녀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절로 배가 불러왔다.
딸은 University at Buffalo, Geriatrics fellowship program의 assistant program director 일도 겸하게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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