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참 많이도 내렸다. 어깨 너머로 던지는 데 힘에 부쳐 쉬기를 여러 차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차가 빠져나갈 만큼만 치우자고 마음먹고 한쪽만 치우는 데도 힘에 부친다. 치우기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흰 눈으로 뒤덮인 정경을 바라보면 가슴 설렌다.
한숨 돌릴 겸 집 안으로 들어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뒷마당에도 눈이 수북이 쌓여있다.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도 잠길 듯하다. 뒷마당 눈은 치우지 않고 그냥 둔다. 어쩌면 봄이 올 때까지 저렇게 쌓여있을지도 모른다.
눈 내린 날
흰 눈이 펄펄 내리면
마당 한쪽에 눈을 쓸어내고
쌀 몇 톨 뿌린 후
소쿠리 뒤집어 끈을 매달고
작대기 받혀 참새 잡으려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오빠가 참새 잡아줄 게
호기롭게 말한 후
창호지 문구멍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며
기다렸지만
영특한 참새들
주변만 맴돌고
시나브로 눈은 녹아
마당만 질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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