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나이아가라를 지나며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2. 1. 21. 09:03

 온화한 성품으로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던 선배분이 계셨다. 매사에 지나침이 없었으며 따듯한 분이이었기에 자주 어울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선배는 일본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다. 가끔 술자리에서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곤 하였다. 이어령 선생님과 함께했던 기억을 말할 때면 귀를 쫑긋 세워 들었다. 당시 그리 넓지 않았을 유학생 세계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들이라 여겨졌다.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당시 일본 문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이해를 글로 표현하시거나 말씀하곤 하셨다. 선생님이 쓰신 책 축소지향형의 일본인은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나 또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88 서울올림픽 개막식 행사의 기획을 맡으셨고 나중에는 문화부 장관을 지내시는 등 큰 족적을 남기셨다. 이어령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후로도 계속 관심의 대상이었고 지금까지도 지면이나 영상, 저서를 통하여 자주 접한다. 편찮으신 가운데서도 후세에 전하고 싶은 유언 같은 말씀을 들려주실 때면 벅찬 감동으로 밀려온다.

 선배는 가끔 나이아가라 폭포를 여행했던 경험담도 들려주곤 하였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와 그 주변은 어떤 곳일까 상상하곤 했다. 80년대 중반의 일이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매주 나이아가라로 운전해 올 때마다 선배와의 추억이 생각나곤 한다. 오늘도 운전대를 잡고 오면서 김용덕 선배와 이어령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부디 선생님의 건강이 더는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긴 시간 우리들 곁에 머물러 주시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선생님과 선배님의 안녕을 빈다. 2022 1 20일 포트 이리에서

 

<<이어령 선생님의 말처럼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가 이 인터뷰의 핵심이다. 돌아보면 선생이 이 시대에 태어나 대중 앞에 서서 쓰고 말한 모든 것도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이란 거대한 동굴을 들여다보고 그 벽에 삶이라는 빛의 열매를 드리우는 능력은 선생이 가진 특별한 힘이다.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말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라는 그의 예지는 너무도 생생해서, 살았거나 죽었거나 상관없이 그의 힘찬 육성이 일상 곳곳을 파릇파릇하게 파고든다.

 결과적으로 그는 내게 어둡고 눅눅한 임사 체험이 아닌, 무섭도록 강렬한 탄생의 체험을 들려주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지음, 열림원 刊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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