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바람을 불면 바람을 맞는다. 숲은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불평하지도 않는다. 침묵으로 고요한 아침을 맞고 해 질 녘 노을을 끌어안는다.
나는 늘 숲에 끌린다. 얼마동안 만나지 못하면 몸살을 앓곤 한다. 숲이 거기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 나선다.
<겨울 숲에서/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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