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인하여 4년여 정기공연을 하지 못했던 본 남성합창단이 2023년 9월 19일 토요일 드디어 12회 정기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맨 앞자리에 앉아 청중의 한 사람으로 공연을 지켜보던 나는 연주회 내내 얼굴 가득 번지는 미소를 감출 길 없었다. 무대에 선 단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단원으로 있었으면 함께 노래하며 호흡하고 있을 그 자리에 동고동락했던 형제들이 든든히 자리를 지키며 묵직한 소리를 내었다. 새로운 단원들도 여러 명 보였다. 남성들이 마음을 모아 부르는 노래가 때로는 조용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로, 때로는 휘몰아치는 폭풍우로 들려왔다. 이날 공연의 주제는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였다. 감동으로 가득 찬 무대를 지켜보던 나는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내 후손과 후배들이 너무도 잘 해내겠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 든든하였다.
연주회 내내 ‘둥둥둥 둥둥둥’ 북소리가 들려왔다. 후대가 더 멋지고 의미 있는 삶을 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리라는 확신에 찬 소리였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고, 또 후회 없이 꿈을 꾸겠다고 말하며 부르는 노랫소리였다. 스스로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이기도 하였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을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2022년 연말 나는 본 남성합창단의 단체카톡방에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테너 2 이택희입니다. 먼저 본 남성합창단에서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또한 저를 동료로 받아주시고 동고동락하신 단원 한 분 한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남성합창단의 1회 정기연주회가 끝난 후 가을 무렵 합창단에 조인하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십 년이 좀 넘은 듯하네요. 되돌아보면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조금은 더 성숙해진 것도 같아요. 머리도 더 벗겨졌지만요. 함께 찬양하면서 개인적인 역경도 이겨낼 수 있었고 부모형제를 두고 고국을 떠나온 외로움도 견딜 수 있었답니다. 단원 여러분들께서 기꺼이 형제자매가 되어주셨으니까요.
장로 시무를 내려놓으면서 본 남성합창단 단원으로의 역할도 내려놓으려 합니다. 그동안 함께 노래하며 삶을 나누었던 일 늘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응원하며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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