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설날 아침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4. 2. 7. 22:58

<설날 아침/한소>

때때옷 갈아입고
새 신발 신고
아버지 동생 함께
집을 나설 때

콧김이 새벽 공기 가르고
찬바람 옷 속으로
훅치고 들어오지만

기쁨이 한가득
싱글벙글
삐뚤빼뚤

과수원길 지나
고샅길 접어들면
할머니 계시는 큰집

“우리 신희 어서 와라.”

큰절로 세배하고
할머니 앞에 앉으면
‘새해에도 건강하고 무럭무럭 잘 커라.’
덕담해 주시던 할머니

할머니 기도 덕에
이렇듯 잘 자라
할아버지 되었습니다


<침묵이 되어/이해인>
오랜 세월 사람을 사랑할수록 할 말은 적어지고
오랜 세월 시를 쓸수록 쓸 말은 적어지고
많은 말 남긴 것을 부끄러워하다가 마침내는 가장 단순한 침묵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나는가 보다
긴 기다림 끝의 자유를 얻게 되나 보다


<마법의 성에서/이해인>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 마법의 성에 온 지 수십 년이 지났어요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는 사랑의 마법에 아주 단숨에 걸리지는 못해 삶이 조금은 고달팠어요 속으로 은근히 고민도 하였어요 참을성 있게 눈을 감고 기다리니 이제 조금은 변화가 옵니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다 이렇게 나의 애인처럼 사랑스러운지! 왜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차오르는지!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어지는지! 만나는 이들에게 살짝 마법을 걸어보니 제법 효과도 있어 고마움의 불길이 타오릅니다 물론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지만 사랑의 마법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목숨 걸고 선택할 만하네요 죽을 때까지 열심히 이 마법을 즐기렵니다 욕심을 버릴수록 마법은 더욱 아름답게 빛이 납니다 영혼의 자유가 주인인 이 마법의 성으로 당신도 오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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