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시인)과 두 번째 만남(Zoom)
토론토 시간 2024년 2월 11일 19:30~21:30
한국 시간 2024 2월 12일: 9:30~11:30
기억하고 되새기기 위해 강의와 대화 내용을 요약해 둔다.
<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이해인>
빨강 그 눈부신 열정의 빛깔로
새해에는
나의 가족, 친지, 이웃들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느님과 자연과 주변의 사물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결점이 많아 마음에 안 드는 나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렵니다
주황 그 타오르는 환희의 빛깔로
새해에는
내게 오는 시간들을 성실하게 관리하고
내가 맡은 일들에는
인내와 정성과 책임을 다해
알찬 열매를 맺도록 힘쓰겠습니다
노랑 그 부드러운 평화의 빛깔로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밝고 따스한 말씨
친절하고 온유한 말씨를 씀으로써
듣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지혜로운 매일을 가꾸어가겠습니다
초록 그 싱그러운 생명의 빛깔로
새해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힘들게 하더라도
절망의 늪으로 빠지지 않고
초록빛 물감을 풀어 희망을 짜는
희망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파랑 그 열려 있는 바닷빛으로
새해에는
더욱 푸른 꿈과 소망을 키우고
이상을 넓혀가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삶의 바다를 힘차게 항해하는
부지런한 순례자가 되겠습니다
남색 그 마르지 않는 잉크빛으로
새해에는
가슴 깊이 묻어둔 사랑의 말을 꺼내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색의 뜰을 풍요롭게 가꾸는
창조적인 기쁨을 누리겠습니다
보라 그 은은한 신비의 빛깔로
새해에는
잃어버렸던 기도의 말을 다시 찾아
고운 설빔으로 차려입고
하루의 일과를 깊이 반성할 줄 알며
감사로 마무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거듭 강요하기보다는
조용한 실천으로 먼저 깨어 있는
침묵의 사람이 되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무지개 빛깔로
새로운 결심을 꽃피우며
또 한 해의 길을
우리 함께 떠나기로 해요
- 시집 <사계절의 기도>에서
1월 1일 옆옆방에서 79년생 수녀님이 세상을 떠났다. 며칠 후에는 친하게 지내던 수녀님이 또 한 분 돌아가셨다.
재미있는 시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기도’가 귀여운데 한번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2024년에도 기도 안에서 영성이 맛있고 멋있게 피어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맛있는 기도/이해인>
내 맘속에 숨어 살며
떠나기 싫어하는
어떤 슬픔 하나를
과자로 만들어
기도 속에 넣어둡니다
내가 좋아하는
웨하스 크래커처럼
바삭바삭 담백하고
맛이 고소해요
내 마음에 안 들어
비켜가고 싶던
어떤 미움하나
음료수로 만들어
기도 속에 넣어둡니다
내가 좋아하는
레몬즙처럼
쌉싸름 상큼하고
맛이 향기로워요
수녀원에 온 지 60년이 되었고 첫 서원한 지 56년이 되었고 민들레 영토 시집 펴낸 지가 48여 년이 되었고 80세가 되었다.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관계와 저작권 등등.. 밝고 명랑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을 위한 기도’, ‘말을 위한 기도’ 올해 이런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 마지막 날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일을 사랑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을 위한 기도/이해인>
기도로 마음을 여는 이들에게
신록의 숲이 되어 오시는 주님
제가 살아 있음으로 살아있는
또 한 번의 새날을 맞아
오늘은 어떤 기도를 바쳐야 할까요
제 작은 머릿속에 들어 찬
수천 갈래의 생각들도
제 작은 가슴속에
풀잎처럼 돋아나는 느낌들도
오늘은 더욱 새롭고
제가 서 있는 이 자리도
함께 살아가는 이들도
오늘은 더 가깝게 살아옵니다
지금껏 제가 만나 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더욱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 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 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오늘 하루의 숲 속에서도
제가 원치 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주님
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잠을 덮게 하소서. 아멘.
이 시중에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라는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
<말을 위한 기도/이해인>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침묵하는 지혜를 깨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한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 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제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내뱉지 않게 도와주시어
좀 더 겸허하고
좀 더 인내하고
좀 더 분별 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주여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 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봄 편지/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수도원에서도 구정이어서 일하시는 분들이 쉬신다. 그래서 수녀님들이 그분들이 하시는 일을 나누어서 한다. 나는 경비실에서 경비하는 일을 했다. 경비실에서 우리의 삶이 결국은 ‘심부름 천사’가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구정에는 수녀님들이 함께 윷놀이를 하곤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취소가 되어 다소 우울해졌다. 그래도 원장님이 세뱃돈으로 일인당 삼만 원씩 주셨다. 삽살개 키우는 수녀님이 계셔서 간식비로 드렸다.
인간이 고통 앞에 너무 약하다.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나님께 자비를 구할 따름이다. ‘예수님이여 자비를 베푸소서’ 화살기도라도 올리자.
문) 시상은 언제 떠오르시는지? 답) 주머니 속에 메모 쪽지 가 많다. 좋은 생각이 나면 메모하여 기억 속에 저장했다가 메모를 정리한다. 기억이 자주 가출해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지에 써 둔다. 시간이 날 때 메모지에 써두었던 글을 정리한다.
시란 한 번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서 조각보 모으듯이 하여 시간이 되면 글로 정리한다.
물 흐르듯이 한꺼번에 써지기도 하지만 주로 메모하였다가 정리하면서 쓰여진다.
삼십 년 전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레이크 루이스도 보고 아름다운 로키산맥도 보았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보았다.
<기쁨의 맛/이해인 수녀>
바람에 실려
푸르게 날아오는
소나무의 향기 같은 것
꼭꼭 씹어서 먹고 나면
더욱 감칠맛 나는
잣의 향기 같은 것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하고
사랑할 때의
평화로움 같은 것
누가 나에게
싫은 말을 해도
내색 않고
잘 참아냈을 때의
잔잔한 미소 같은 것
날마다 새롭게
내가 만들어 먹는
기쁨 과자
기쁨 초콜릿
기쁨 음료수
그래서 나는
평생
배고프지 않다
<혼자 웃는 날/이해인>
아무도 몰래
혼자서 가만히
웃어볼 때가 있어요
내가 누구를 진심으로
용서했을 때
본성적으로 화나는 일을
언성 안 높이고
침착하게 참아냈을 때
그리고
먼저 내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지만
눈치껏 알아듣고
구체적인 도움으로
어떤 한 사람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살려낸
위로천사의 몫을 했을 때
난 스스로 대견해
성당에서 마당에서
혼자 웃어봅니다
하늘에 보화를 쌓는
작은 기쁨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닌
사랑의 수고임을
오늘도 새롭게 공부하면서!
맛있고 멋있는 하루를 만들려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은 희생을 먹고 자라는 열매이다.
올해 자연의 나이가 80을 바라보고 있으니 출판가에서 이벤트 성 기획으로 방송을 하거나 새로운 책을 내고 싶어 하는 러브콜이 있다.
책이 상반기에 하나 나올 것이고 박경규 작곡가가 편지 시 18개로 연가곡(‘이해인 수녀 연가곡집 편지 18곡’ 박경규 작곡 바리톤 송기창, 피아노 이성하 참고)을 만들었는데 이 연가곡을 가지고 음악회를 할 예정이다.
오늘도 하루를 살아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순간 속에 영원을 사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밖에 나가서 하는 강연은 가급적 자제하려고 한다. 원로들이 사시는 공동체에 갔다가 충남 서산에 있는 시립도서관에 가서 94세 된 할아버지가 이해인 수녀를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해서 거기 가서 간담회를 할 계획이 있다.
한 시인의 질문: 시가 편안하고 세상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참 아름답다. 80년이 넘도록 써 온 수녀님의 일관된 삶이 감동이다. 삶으로 밀고 나오는 시의 모습이 느껴진다. 삶에서 느낀 것을 시를 쓰시는데 시를 쓰면서 깨우치는 것은 무엇이었나? 창작활동이 당신에게 어떤 것을 주는가?
이해인 시인, 수녀의 답변: 논문을 잘 쓰는 것을 배웠다. 생활을 요약해서 쓴다. 논문을 쓰듯이 하나하나 길게 생각해서 요약한다. 민들레 영토 등 초기 시가 좋다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시를 압축하고 절제해서 쓰려고 한다. 가지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권영민 평론가가 시전집 1권 2권이 나왔다. 사람들이 시 전집도 사 보기도 하는구나 싶더라. 독자가 시 전집을 가지고 와서 사인해 달라고 하면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삶을(시를) 일기나 편지처럼 쓸 수 없으니까. 시로써 상징언어로써 개인적인 삶을 표현한다.
‘맛있는 기도’라는 글을 써놓고도 내가 써도 잘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첫 시집 나온 지가 48년이 되었으니 독자들이 세대가 교체되면서 시를 읽어주었다는 것이 고맙다. 존재 자체가 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질문자의 코멘트: '존재 자체가 시가 되어야겠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들린다.
문) 천국이 이곳인가 하늘인가 라는 표현이 재미있었다.
답) 물도 그냥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씹어서 먹어보세요라고 병원에서 간호사가 이야기해 주었다.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삼켜야 할 때가 있다. 인내의 열매라는 말이다. 슬픔 하나를 과자로 만들겠다는 표현은 인내의 열매라는 말이다.
올해는 글방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예수님으로 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모든 것들에게 감사를 발견하고 살겠다고 다짐한다. 수도원에서는 순간순간 깨어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심부름하는 사람으로 살겠다. 매일매일을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설레는 축제처럼 살겠다.
시집 ‘햇빛 일기’는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산문집 ‘열 가지 생각’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을 찍어서 송파박물관에 한번 갈 것 같다. 예쁜 동화를 써보고 싶다. 시 동화 같은 글을 한번 써보고 싶다.
믿음 소망 사랑 행복-네 잎클로버를 사인으로 썼다(이해인 시인)
어떤 분의 코멘트: ‘어떤 결심’이라는 시가 아팠을 때 큰 힘이 되었다. 오늘 만이 내 것이다. 내일 일은 모르는데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얻었다. 힘을 얻었다.
<어떤 결심/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시집 ‘희망은 깨어있네’ 중에서
어떤 분의 아내는 지금 암으로 투병 중이시다. 살아있을 날이 얼마 남아있지 않지만 함께 수녀님의 강의를 듣고 있다.
문) 죽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 ‘어떤 결심’이라는 시는-많이 아플 때 썼었다. 호스피스 병동에 내가 쓴 죽음에 관한 시들을 붙여놓은 곳을 더러 보았다.
꽃이 지는 것처럼 가는구나라는 생각 하다가도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되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저녁노을이 지는 것처럼 그냥 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영원한 잠을 자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한다. 잠들 때는 죽음을 연습한다는 생각도 한다. 미래의 죽음을 앞당겨서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다면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별하여 우선순위를 잘 정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본다면 죽음이 왔을 때 잘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죽음 연습을 하고 있다. 상대방에게 날카롭게 쏘아주고 싶을 때도 작은 죽음을 연습한다. 죽음과 삶은 쌍둥이처럼 함께 있다. 작은 죽음 연습을 한다. 하얀 순교 즉 피흘림 없는 순교가 되는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렇게…
순간 속에 영원을 살고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다.
'대단하다', '대단하세요'라는 말로 상대를 위로하곤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너의 수고로움을 안다'고 인정해주는 말에 힘이 있는 것 같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힘을 준다. 우리는 살면서 본의 아니게 말로써 상처를 줄 때가 있는데 조심해야 한다. 거룩한 말보다 인간적인 따뜻한 말이 더 와닿는 듯하다.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이라는 생각을 한다. 변방으로 가야 한다. 사랑하러 나가야 한다. 작은 것에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예전에는 이분법적인 완덕을 생각했다면 즈금은 더 넓게 사랑하는 마음 포용하는 마음을 가지려 애쓴다.
내 식구로 한정된 사람만 사랑하기 보다 더 넓게 더 많은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하리라 다짐하고 그렇게 살았다.
하나님이 사랑이시고 나는 그 사랑을 반영하는 사랑의 반사체로 나름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에게/이해인>
오늘은 내가 나에게
칭찬도 하고 위로도 하며
같이 놀아주려 한다
순간마다 사랑하는 노력으로
수고 많이 했다고 웃어주고 싶다
계속 잘하라고 힘을 내라고
거울 앞에서 내가 나를 안아준다
-시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에서
<내가 나에게 2/이해인>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나에게 푸른 엽서를 쓴다
어서 일어나 섬들이 많은 바다로 가자고
파도 아래 숨 쉬는
고요한 깊이 고요한 차가움이
마침내는 따뜻하게 건네오는
하나의 노래를 듣기 위해
끝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이젠 사랑할 준비가 되었냐고
만날 적마다 눈빛으로
내게 묻는 갈매기에게
오늘은 이렇게 말해야지
파도를 보면 자꾸 기침이 나온다고
수평선을 향해서 일어서는 희망이
나를 자꾸 재촉해서 숨이 차다고
-시집 <작은 위로>에서
시를 통해서 밥을 먹여준 엄마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글이 천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노을빛 영성을 사는 지금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정리하는 글을 많이 쓰게 된다.
<꽃 잎 한 장처럼/이해인>
살아갈수록
나에겐
사람들이
어여쁘게
사랑으로
걸어오네
아픈 삶의 무게를
등에 지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걸어오는
그들의 얼굴을 때로는
선뜻 마주할 수 없어
모르는 체
숨고 싶은 순간들이 있네
늦은 봄날 무심히 지는
꽃잎 한 장의 무게로
꽃잎 한 장의 기도로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오랫동안 알고 지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그들의 이름을
꽃잎으로 포개어
나는 들고 가리라
천국에 까지
이해인 수녀 당신은 항암주사 30 방사선치료 28번 받았다. 3기였다. 병을 친구처럼 여겼다. 병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보고 아파도 안 아팠던 것처럼 살았다. 예민할 수 있지만 강인함이 있었다. ‘감자밭 영성’을 닮았나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었다.
‘친구야 너는 아니’ 정동하가 노래했다. 기회가 있으면 한번 들어보시라. 손석희 앵커는 최근 통화했는데 일본에 있는 대학에서 미디어를 강의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수녀원에서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았는데 정우성 배우가 참 멋있었다.
유튜브에서 '해인글방’을 치면 26번 시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을 볼 수 있다.
마더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돕는 활동을 하거나 이를 지켜만 보아도 신체 면역력이 생긴다. 봉사를 하는 동안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는 하락하고 엔도르핀이 3배나 오른다. 남을 돕고 난 뒤 행복감이 더 늘어난다.
장수부부는 대부분 봉사활동을 했다.
“나눔은 우리를 진정한 부자로 만들며 나누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이 누군가임을 알게 된다.” -마더 테레사-
이타적인 사랑의 중요성
클라우디아 이팩트
데니 이펙트
우리는 이타적인 사랑을 하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행복이 늘어난다.
선한 영향력을 더 끼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전진하는 한 해를 삽시다.
생일 전으로 예쁜 책이 나올 것 같은 데 나오면 보내드리겠다. 참고로 이해인 수녀님은 6월 7일 생신이시다.
<거울 앞에서/이해인>
아주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서니
마음은 아직
열일곱 살인데
얼굴엔 주름 가득한
70대의 한 수녀가 서 있네
머리를 빗질하다 보니
평생 무거운 수건 속에
감추어져 살아온
검은 머리카락도
하얗게 변해서
떨어지며 하는 말
이젠 정말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아요
기도할 시간이
길지 않아요
나도 이미
알고 있다고
깨우쳐 줘서 고맙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오늘도 이렇게
기쁘게 살아있다고
창밖에는 새들이
명랑하게
노래를 하고!
나를 부르고!
<광안리에서/이해인>
날마다
광안리에 살면서
광안리 광안리
수십 년을 외우다 보니
넓고 편안한
이름뜻 그대로
이제는 내 안에도
큰 바다가 펼쳐지네
바다를 바라보고 살아온
60년의 푸른 세월이
감사하고 감사해서
넘실대는 은총이여
수평선을 바라보며
수평선이 되는
무한한 기쁨이여
<작은 결심/이해인>
세상에 머물
생의 길이가
조금씩 더 짧아질수록
나는
마음의 날씨를
밝게 가꾸고
변덕을 피해야겠다
사랑의 폭을
관대함으로
넓혀가야겠다
새롭게 만나는
시간의 결을
조심조심
맑고 곱게
가꾸어야겠다
그리고
기도의 지향을
단순하게 정해야겠다
오늘은
이 결심만으로도
충분하고 충분하다
<바다일기/이해인>
수평선이 보고 싶어
바닷가에 나가
그냥
바다!라고
가만히 말했을 뿐인데
가슴이 뛰다 못해
눈물이 나네
달려오는 파도에게
그냥
파도야!라고 불렀을 뿐인데
또 눈물이 나네
집에 돌아와서
왜 그럴까 생각하다
잠이 들었지
꿈결에 흘리는
나의 혼잣말
산다는 게 언제나
끝없는 그리움이어서
그러나 실은
언젠가는 꼭
끝나게 될 그리움이어서
그래서 눈물이 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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