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새와 토끼(이산하) 외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4. 7. 11. 01:00

<새와 토끼/이산하>
또 카니리아가 노래를 멈추고 졸았다.
광부들이 갱 밖으로 탈출했다.
사장은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고
새의 목을 비틀어 입갱금지 조치를 내렸다.
광부들이 유독가스에 중독돼 쓰러져갔다.
전쟁 때 잠수함 속의 토끼가 죽자
선장의 명령으로 토끼 역할을 대신한
’ 25시’의 작가 게오르규 병사가 떠올랐다.
누가 병든 새와 토끼를 넣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일찍 숨을 멈추었을 수도 있다.
지키는 자는 누가 지키나.
그 지키는 자는 또 누가 지키나.
이제는 먼저 아픈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낡은 것은 갔지만 새로운 것이 오지 않는
그 순간이 위기다.
아직 튼튼한 새와 토끼는 도착하지 않았다.

<꽃씨/고형렬>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모든 꽃은 자신이 정말 죽는 줄로 안답니다
꽃씨는 꽃에서 땅으로 떨어져
자신이 다른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몰랐답니다
꽃들은 그것을 모르고 죽는답니다
그래서 앎대로 꽃은 사라지고 꽃씨는
또다시 죽는답니다

모진 추위에 꽃씨는 얼어붙는답니다
얼어붙은 꽃씨들은 또 한 번 자신들이 죽는 줄로 안답니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약속과 숙지가 없었습니다
오직 죽음만 있는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꽃씨들은
꽃을 피웠지만 다시 살아난 것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꽃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작년 꽃을 모릅니다

그 마지막 얼었던 꽃씨들만 소란한 꽃을 피운답니다
돌아온다는데 꽃이 소란하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베토벤의 ‘론도와 카프리치오소’의 부제가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고 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소재가 되어 론도와 카프리치오소라는 음악으로 탄생했다. 어떤 일이든 음악과 문학, 미술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론도와 카프리치오소를 듣는다.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KBS 1 FM 라디오를 콩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즐겨 듣는다. 이어폰에 연결하여 듣기도 하고 스피커에 연결해서 집안 가득 울려 퍼지도록 볼륨을 높여 듣기도 한다.

바가 촉촉이 내렸다. 며칠 비가 오지 않아 부추며 토마토, 호박이 목이 타들어갔다. 말 못 하는 식물들이지만 얼마나 갈증이 심하였을까. 비를 맞으며 좋아하는 고추며 호박이며 토마토를 보니 덩달아 신이 났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가 버겁다는 듯 꽃대를 축 늘어뜨린 녀석도 있었다. 라벤더가 그랬다. 피워 올린 꽃이 무겁다는 듯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우산 장수와 집신 장수 이야기가 생각났다. 비가 오니 라벤더는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다른 식물들은 좋아라 노래를 한다. 햇빛이 쨍쨍 대지가 타들어가니 라벤더는 쌩쌩한데 다른 식물들은 잎을 축 늘어뜨리고 힘들어한다. 식물들의 이야기만 그러하랴. 우리 네 인생도 개인 날이 있고 흐린 날도 있는 법,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의미가 있고 흐리고 폭풍우 치는 날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어제 더운 날씨에 골프를 해서 인지 아침에 다소 몸이 무거웠다. 비가 와서 늦게까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렇듯 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어제저녁 왼쪽 팔이 좀 아팠었는데 쉬고 나니 좋아진 느낌이다.

돈벨리 코스에서 지난주 화요일은 89개(전반 12개 후반 5개 오버)를 쳤고 이번 주는 84개(전반 4개 후반 8개 오버)를 쳤다. 두 주간 스코어의 전후반만 합하면 9개 오버가 되는데 그러면 싱글이 된다. 기본 스윙을 더 익히고 집중력을 키우면 싱글도 쉽게 칠 날이 오리라. 70대에 70대를 치는 것 얼마나 멋있는가. 나는 70대에 70대 타수의 골프를 가끔, 아니 자주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계속해서 연습하고 익혀 나가리라. 어깨 턴을 더 하라는 한마디의 조언이 스윙의 질을 바꾸어 놓았다. 김진기 선생이 이야기해 준 대로 보조 막대기를 두고 연습을 하고 허리부터 스윙을 시작하고 어깨 턴을 조금 더 하여 꾸준히 연습할 생각이다. 이때 힘을 들여 멀리 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어제도 미스 샷이 몇 개 있었는데 채끝의 무게를 느끼며 부드럽게 친다면 미스샷을 줄일 수 있을 터이다. 어깨가 먼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보조 막대가 방향으로 스윙이 들어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기본을 익히지 못하고 그동안 연습을 하였는데 그건 연습이 아니었다. 이러한 기본을 잘 익혀 스윙이 몸에 배게 해야 한다. 웨지 샷은 무척 좋아졌다. 다만 그린 근처에서 핀에 붙이는 연습은 더 해나가야 한다.
서서히 스윙이 잡혀가고 있다. 지난해 시즌 말부터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 이제야 빛을 보는 듯하다.
2024년 7월 10일

후배 장해중과 함께, 토론토 돈벨리 골프장(24년 7월 2일)

'미셀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러비언 도미니카 푼타카나 (1)  (0) 2024.09.03
부추꽃  (0) 2024.08.23
정지의 힘(백무산) 외  (1) 2024.07.09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다들 미안하다고 하더라  (0) 2024.06.25
생명의 노래  (0) 202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