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걷어붙이고/송태권>
둥둥 걷어붙이고
아부지 논 가운데로 비료를 뿌리며 들어가시네
물 댄 논에 어룽거리는
찔레꽃 무더기 속으로
아부지 솨아 쇠르르 비료를 흩으며 들어가시네
소금쟁이 앞서가며 둥그러미를 그리는
고드래미논 가운데로 아부지
찔레꽃잎 뜬 논 가운데
한가마니 쏟아진 별
거기서 자꾸 충그리고 해찰하지 말고
땅개비 개구리 고만 잡고
어여 둥둥 걷어붙이고
들어오라고 아부지 부르시네
<호수/나태주>
네가 온다는 날
마음이 편치 않다
아무래도 네가 얼른
와줘야겠다
바람도 없는데
호수가 일렁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정지의 힘/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추는 힘으로 피어난다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손택수>
멀리 여행을 갈 처지도 못 되고 어디라도 좀 다녀와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을 때
나무 그늘 흔들리는 걸 보겠네
병가라도 내고 싶지만 아플 틈이 어딨나
서둘러 약국을 찾고 병원을 들락거리며
병을 앓는 것도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을 때
오다가다 인연을 트고 지낸 은목서라도 있어
그 그늘이 어떻게 흔들리는 가를 보겠네
마흔몇 해 동안 나무 그늘 흔들리는 데 마음 준 적이 없다는 건
누군가의 눈망울을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얘기처럼 쓸쓸한 이야기
어떤 사람은 얼굴도 이름도 다 지워졌는데
그 눈빛만은 기억나지
눈빛 하나로 한 생을 함께 하다 가지
나뭇잎 흔들릴 때마다 살아나는 빛이 그 눈빛만 같을 때
어디 먼 섬에라도 찾듯, 나는 지금 병가를 내고 있는 거라
여가 같은 병가를 쓰고 있는 거라
나무 그늘 이리저리 흔들리는 데 넋을 놓겠네
병에게 정중히 병문안이라도 청하고 싶지만
무슨 인연으로 날 찾아왔나 찬찬히 살펴보고 싶지만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멀쩡하게 겨울이 지나갈 때
<낭만의 우아하고 폭력적인 습성에 관하여/이영재>
봄입니다 봄을 비약한
봄입니다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이 지나친 화려, 식상한 파라솔 앞에도 슈퍼 앞에서도 바나나우유 앞에서도 우하하고 불편한 인류가 봄에 등을 기댄 채 낄낄댑니다 베껴진 쓸쓸을 흥분하다가도 아름다운 시대였지, 아름답다고 평가할 시대였어 역시
봄입니다 봄 주변으로 여리고 부드러운 들개 한 마리가 와 앉습니다 검고 환한, 새끼예요 너는 야생에서 왔니 친구들은 서로 머리를 위태로 쓰다듬고, 온순입니다 들개를 순화하는 들개, 야생이 궁금해 야금야금 들개를 먹은 인류의 몸은 펄펄 끓습니다 막대 하드로 속을 식혀도, 주체를 주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
봄입니다 들개들이 옵니다 울음으로 환함으로 황량으로 무리를 지어 멀리를 통해 들개는 어두운 납득입니다 여태의
봄입니다 인류가 함께 파라솔을 접고 사다리를 밟아 슈퍼 지붕에 오르면
봄입니다 노을이 있었네, 그러게, 그러니까, 그러네
봄입니다 흐트러진 각자의 낭만을 노을로 비약하지 않기로 합니다 한 무리의 들개들이 지붕을 둘러싸고 노을을 둘러싸고 펄펄 끊는 비약은 어떤 정서라고 하지 않습니다 짖습니다 짖어요 들개 무리는 꼬리를 흔들고 인류 무리는 손부채질을 해보지만, 사람의 두려움은 사람의 두려움과 총량이 같습니다 그 어떤 이상도 존재하지 않는
봄입니다 비타민을 삼겨봅니다
봄입니다 비타민을 삼켜요 서서히 녹는 비타민은 노을보다 연약합니다 노을은 과도해지고 사랑해지고, 식상한 파라솔은 여전히 지붕 아래입니다 작아 보여요 작은 들개도 들개 주변의 들개도, 어마어마하게 왜소한 들개들입니다 들개들이 쓰는 일본어를 들었는데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라는 중국어를 엿들었는데 아름다워지고 맙니다 인류는 관계로 낄낄대고요 안전한 낭만에 갇힌
봄입니다 한 마리의 들개는 소실점이 아닙니다 두 마리의 들개도
봄입니다 속은 뜨겁고 비타민은 녹고, 빛을 삼키고 왕왕 번지는 어둠마저
봄입니다 팔을 꿰고 앉은 인류는 낭만을 비약합니다 도망치지 않았다고 파라솔은 위를 가리킵니다 송곳니에 찢어지는 파라솔의 식상도 좋고 사라진 들개를 추억해 대는 것도 좋아, 비약된 사랑도 이뤄질 것만 같은
봄입니다 훈련된 키스를 절반으로 나누고 앞발을 순서대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이곳의 들개들은 휘파람입니다 남해의 습하고 더운 바람으로 기쁨이 식어도 기쁨이 식지 않는
봄입니다 노을이 없고 밤이 없고 바닥이 없어 어둠에 둥둥 뜬 지붕이 홀로 봄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은 없길 바라요 봄은 둘 이상의 중독이었다가 둘 이상의 습성을 조련했다가도 봄은 봄이라도 되는 것처럼
봄입니다 색상 밖의 비타민을 삼키면
봄입니다 갔나, 갔을까, 어둠의 소실점은 번복으로 사라집니다. 속은 뜨겁고 들개들이 있던 봄은 왕왕, 완연입니다 사다리를 밟아 지붕을 내려가면, 중력은 그대로고요 찢긴 파라솔 틈으로 속상한 아침노을마저 비약해 봅니다 널브러진 쓰레기는 우리를, 사랑을 낄낄댑니다 왠지 슬프다
봄입니다 나도 왠지
봄입니다 왠지 시작되는 사랑, 그 어떤 사랑보다 편협할, 우리가 시작하는 힘으로 가할 폭력적인 사랑의
미국독립기념일 아내의 권유로 버펄로에 왔다. 딸가족이 휴일을 지내는데 아내는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길 원했다. 도착하자마자 Dr.Shin이 바비큐로 만들어준 햄버거와 핫도그를 먹었다. 패티를 직접 만들고 그릴에 구워낸 햄버거라 향도 좋고 맛도 있었다.
Reinstein Woods Nature Preserve를 걸었다. 오래된 숲과 고목나무 아래 활짝 피어 융단을 펼쳐놓은 듯한 고사리가 장관이었다. 후덥찌근 했지만 걸을만하였다. 산책을 마치고 panera(파네라)에서 레모네이드와 딸기 스무디를 마셨다. 목이 마르던 참이었는데 얼음이 담긴 레모네이드는 더운 몸을 식혀주었고 갈증을 가시게 했다. 딸기 스무디는 양이 적은 듯하였으나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드는 맛이었다. 더운 곳을 걷다가 시원한 곳에 들어와 음료수를 마시니 제격이었다. 파네라가 토론토에도 들어왔다가 문을 닫고 철수했는데 버펄로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운 기분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아내가 low가 보인다고 하였는데 건축자재와 가전제품, 가드닝 재로 등을 파는 로우 또한 얼마 전 캐나다에서 철수하였다. 둘 다 캐나다에서 있다가 없어진 것이어서 더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Audubon Golf Course에 가보았다. 가격이 얼마인지 궁금하고 또 코스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가격은 주중 25불 4시 이후 20불 주말 29불 4시 이후 23불로 그리 비싸지 않았으며 코스의 길이는 6000야드가 넘었다. 연회비는 7일 내내 칠 수 있는 패스가 $749, 시니어는 주중에만 칠 수 있고 $549이었다. 토론토의 경우는 시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일지라도 주중 시니어 가격이 50불(돈벨리 골프장 주중 세금포함 47불)이니 한국에 비하면 저렴할지 모르지만 미국에 비하면 비싸다고 보면 될 것이다.
2024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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