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마지막에 대하여(이정훈 외)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4. 6. 17. 21:56

<마음, 고개/박준(1983~)>
당신 아버지의 젊은 날 모습이
지금의 나와 꼭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잔돌을 발로 차거나 비자나무 열매를 주워 들며
답을 미루어도 숲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나는 한참 먼 이야기
이를테면 수년에 한 번씩
미라가 되어가는 이의 시체를
관에서 꺼내 새 옷을 갈아입힌다는
어느 해안가 마을사람들을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서늘한 바람이
무안해진 우리 곁으로 들었다 돌아 나갔다

어깨를 두르고 있던 옷을
툭툭 털어 입으며 당신을 보았고

그제야 당신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으로 맞이하지 않아도
좋았을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에 대하여/이정훈(1967~)>
마지막, 소리를 내면
지금도 목울대에 등자 같은 게 솟아오른다
아버지만 해도 그렇지,
건빵 한 봉지가 다였다니
나는 밤나무 꼭대기의 저녁 햇살이
성 엘모의 빛이었다고 기억한다
폭풍 속 배의 마스트에 환했다던 그 불덩이
아버지는 건빵 한 봉지를 쥐어주고
마당 속으로 가라앉은 거다
마지막이란 말은 그러고 보니, 란 말 뒤
안장에 매달린 건빵 자루처럼 덜렁거린다
나는 건빵을 하나씩 꺼내 먹으며
막막한 마당 밖으로 밀려가는 중이다
단단하고 물기라곤 하나 없는 막
막한 끝을 혀로 녹여
스프처럼 물렁하게 만드는 게 여정의 끝
마지막은 넓고 황량해
줄 게 건빵뿐인 이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겠지
그러나 얼마나 멋지냐
산맥을 타 넘어도, 들판을 가로질러도 좋고
키슬롭스와 세이렌의 바다를 떠돌아도 좋고
좋은 것들을 찾아 더 멀리 헤매는 사람의 운명
마지막, 말하고 나면 금방이라도
힘센 말이 날 싣고 떠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다


<오버런(overrun)/이정훈>
그는 서서 죽었다
한 손엔 고무망치 한 손은 열풍에 달아오른 백밀리 철관
카메라 앞에서 마지막 포즈를 취한 것 같았다
500톤 시멘트 사일로 아래
12루베 콤프레셔만 왕왕거리고 있었다
전철역 셔터도 닫혀 있던 시간
플라스틱 안전모에 목장갑을 끼고
배출 파이프에 커플링을 돌려 끼웠을 것이다
얇은 강철의 벽 안쪽 시멘트의 높이를 가늠하며
캄캄한 사일로 꼭대기를 올려다보았을 것이다 새벽 두 시
입석리 아세아시멘트 ID카드를 찍고 슈트를 내리고
쏟아지는 시멘트의 무게에 출렁거리는
열여덟 개의 바퀴 옆에서 눈 끔적였을 것
말이 제 물 마시던 곳을 기억하듯 주유소를 빠져나와
박달재 다릿재를 넘어온 그의 차는 DA-50
2.8, 4.8 쌍터보 엔진이 언제나 내막의 관성을
붙들어 주었겠지만
깜박, 40통의 무게와 속도를 놓쳐버렸다
바퀴의 힘이 트랜스 미션을 거쳐 거꾸로 크랭크 축의 회전수를 넘어갔을 때
서른두 개의 흡기, 배기 밸브 가느다란 로드가 휜 게 틀림없다
나팔 주둥이 같은 밸브 끄트머리가 늘 닿던 자리 시트 링 아닌 곳에 가 닿는 순간
처음 듣는 파열음이 고막 아닌 곳으로 울려 퍼졌다
심장이 다 닳지 않은 몸통 속에서 멎어버리자
팔다리가 잠시 허둥거렸지만 머리는 천천히 수그러들었다
그 각도가 모든 걸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땅이 그의 몸을 꺼려했을 리도 없는데
말 잔등 위에서 죽기를 바란 제국의 왕도 아니었는데
헤드라이트만 멀거니 동쪽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그의 사망진단서에는 이렇게 적어도 된다

심장이 900 알피엠으로 그의 혼까지 부려버렸다

-계간 <포지션> 2018년 봄호, ‘블라인드 시 읽기’에서
-이정훈 시인: 1967년 강원 평창 출생. 강원대 졸업.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남성합창단 YB와 OB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노래하였다. 노래하는 자체가 재미있었다. 남성들이 목소리를 합하여 화음을 맞추는 즐거움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이현철 편곡이었는데 ‘주 하나님 지으신 솜씨 노래하며 찬양해 주의 높고 위대하심 내 영혼이 찬양해’라는 부분은 새가 노래하듯이 노래하였고 도입부와 종결부는 웅장하게 노래했다. 곡을 잘 편곡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촌 모임에서 '내 인생의 바나바가 누구인가?'를 이야기할 때 김신철 집사님은 두 친구를 이야기했다. 한 친구는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무기정학 처분을 받고 방황할 때 도움을 주었던 친구이고 또 다른 친구는 대학 때 자신과 무척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다고 했다. 한 친구는 대학교 때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가 죽음을 맞았고 또 다른 친구는 정년퇴임을 하고 축하하는 자리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길에 미끄러져 세상을 떠났다고 하였다.
김광수 장로님은 북한에서 월남을 할 때 도움을 준 인민군 장교가 바나바가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온 가족이 이남으로 내려갈 예졍이었는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이웃에게 신앙의 자유가 없어 교회를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이남으로 내려간다고 했단다. 잠깐 기다리라고 한 이웃이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인민군 장교를 데리고 왔단다. 장교가 교회에 다니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어린 김 장로에게 찬송을 해보라고 했단다. 그래서 찬송을 불렀더니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맞다며 해주에서 이남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단다. 두 길이 있는데 한쪽 길은 인민군이 월남하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다시 돌려보내고 한쪽 길은 괜찮은데 문제가 없는 길을 가는 방법을 알려주어 인천에 정착했다고 한다. 그 인민군 장교는 어릴 적에 새벽기도를 나갔던 신앙인이라고 했다. 김일성도 어머님이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이라 하니 아이러니다.
고창훈 장로님은 이민을 왔을 때 도와주었던 이용술 장로를 자신의 바나바라고 하셨고 강찬 장로님 역시 캐나다에 막 왔을 때 도움을 준 임인환 목사님을 말씀하셨다. 임인환 목사님은 인천에서 목회를 하다가 캐나다 키치너-워터루로 와서 목회를 했고 김창일 목사의 부친께 목회를 넘겨주셨단다. 당시 결혼을 하지 않고 있던 김 목사의 아버님을 50세에 결혼하게 하여 교회를 맡게 하였단다. 강찬 장로님의 결혼식은  림인환 목사님께서 주례를 하였고, 김광수 장로님의 결혼식 주례는 김 목사의 부친이신 김광식 목사님께서 맡으셨단다.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기에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영향을 받는 것은 삶에 있어 중요한 일이다. 나는 세븐스데이 처치에서 운영하는 영어학원에서 배울 때 미국에서 온 선교사이자 선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서방세계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고 나중에 내가 캐나다로 삶을 터전을 옮겨오는데 영향을 미쳤다. 또 유니페이스 사업을 하면서 네덜란드에 오가며 헤야드밧드를 만나고 네덜란드의 문화를 접하면서 서방세계로 발을 내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캐나다 토론토에 와서 한석현 목사를 만난 것, 고영민 목사를 만난 것, 구자승 집사를 만나서 교사(반면 교사도 겸하여)로 친구로 삼은 것, 홍기가 캐나다로 온 것 등은 귀한 인연이다. 한 인연 한 인연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꾸면 그 인연으로 열매를 맺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건 분명한 일이다. 남성합창단에 있으면서 성실하게 활동하고 대하는 사람마다 귀하게 여기고 존중한 것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자녀들에게도, 손주들에게도 좋은 인연이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도한다. 대하는 사람마다 인정하고 존중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환대하는 건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지혜이자 비결일 것이다.

리온이가 유아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리온이가 신앙 안에 잘 자라 하나님 나라를 일구며 가꾸는 큰 인물이 될 것이다. 예배가 끝난 후 리온이 가족과 사돈 내외분 그리고 우리 내외가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 생각이 되었다. 리온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준 문수진 피택 장로가 무척이나 고맙다. 꽃다발을 전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미처 꽃다발을 준비하지 못하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한승훈 안수집사가 예쁜 꽃다발을 전해주었다. 너무도 감사했다. 이 꽃다발이 있어 사진을 찍을 때도 축하의 분위기가 났고 잘 어울렸다. 한승훈 오경화 안수집사 내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아들과 며느리처럼 챙기리라. 이상현 장로와 이예지 집사도 막냇동생 같고 자식 같은 느낌이 드는 친구다. 유아세례를 받은 후 찍은 기념사진을 카톡 대문에 올렸다. 기쁨을 함께 나누는 건 좋은 일 아닌가. 제준이는 몇 주 전 버펄로 새 소망 교회에서 유야세례를 받았다.

아버지 날이라고 사위와 딸이 예쁜 카드에 수표를 넣어 보냈다. 차에 문제가 생겨 버펄로에 갈 형편이 못되었고 큰딸 차도 고장이 나서 아내가 버펄로에서 토론토로 올 형편이 못되었는데도 급히 차를 고쳐 아내를 토론토로 올 수 있게 해 주었다. 큰딸 내외가 무척이나 고맙다. 마음 써 주는 자식들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2024년 6월 15일 아침 프리라이팅


https://youtu.be/eSzAYJQx-E4?si=MtwVSD8EpmDf8TPQ

본남성합창 특송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이현철 편곡' 2024년 6월 16일

김창일 초대 지휘자의 퇴임(24년 6월 30일)을 앞두고 YB OB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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