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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을 다녀와서(1)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3. 8. 19. 08:59
지난 주말 지금부터 약 30년 전 중학교 졸업여행으로 다녀온 기억이 있는 경남 ‘통영’을 다녀왔습니다. 7월말-8월 초 유럽여행 4개국 여행에서 돌아와 생각한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곳이 많을 터이니 짬짬이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하자’ 였습니다.

그 첫 여행지로 통영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봄 자존심이 높기로 유명한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통영을 다녀갔었는데 그때 그 음악회를 다녀오지 못한 서운함이 뇌리에 남아있었답니다. 음악적 자존심이 참으로 높은 그네들이 찾을 정도라면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요. ‘최고는 최고의 눈으로 본다’는 평소의 생각대로 말입니다. 사실 그네들이 통영을 찾는 것은 유럽에서 세계적인 작곡가로 인정 받고 있는 ‘윤이상’ 선생의 고향이라는 다른 이유가 있긴 했지요. 하지만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명을 가진 통영의 멋과 맛을 인정한 것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안동의 하회마을을 찾았듯이 말입니다.

통영의 첫 기착지는 ‘이순신 장군’ 의 동상과 시비-‘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던 차에 어디서 일성호각은 남의 애를 끊나니-그리고 조각공원이 있는 남망산’공원이었습니다. 사실 그곳에서 바라본 통영의 첫 인상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우선 넓지 않은 자그마한 도시에 아파트가 너무 많이 들어서 있었지요. 천편일률적으로 늘어선 아파트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편리함을 줄 진 모르지만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엔 방해꾼 역할만 하지요. 아파트만 없었더라도 그곳에서 바라보는 포구의 정경이 그렇게 삭막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한 도시 전체가 좀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항구 주위에 들어서 있는 배의 엔진을 고치는 공장이라든가 배에 도색을 하기 위한 시설물, 다락다락 붙어 있는 집들이 정돈된 느낌을 주진 못하였습니다. 불과 2-3주전 나폴리와 쏘렌토를 보고 돌아와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 수준으로 기준 점이 정해진 것도 통영의 첫인상을 다소 나쁘게 한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차근 차근 통영을 여행해보니 누구나 꼭 가보아야 할 참으로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통영에 도착하여 시라국을 먹으로 들렀던 서호시장에서는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었지요. 좌판에 널 부러진 막 잡아올린 온갖 어패류들, 그것을 사고 파는 늙은이 젊은이, 아줌마 아저씨들의 모습이 우리네 삶의 그대로여서 참으로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서울등 다른 지방과는 다르게 그곳의 어패류들은 살아서 펄떡펄떡 뒤는 자연 그대로 였지요. 다른 여행일정이 잡혀져 있지 않았다면 몇마리 종류별로 사서 회도 쳐먹고 찌게도 끓여 목고 싶은 욕심이 날 정도였답니다.

서호 시장내 어물시장 쪽에 위치한 '원조시라국집'에서 따로국밥을 주문하여 먹는 맛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물들을 갈아넣고 거기다 배추와 시라기 등을 넣은 국이었는데 국물 맛이 별미였습니다. 게다가 손님들이 직접 가져 다 먹을 수 있도록 식탁 가운데 부페 형식으로 진열해 놓은 20여 가지의 반찬 또한 특이한 것이었지요. 현지의 시장 상인들, 먼 곳에서 온 여행객들로 좁은 식당 자리가 빌 새가 없었습니다.

통영과 맞닿아 있는 섬 미륵도를 차로 돌아보는 남양일주도로는 해변 마을들의 아기자기함을 즐기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동해쪽의 강릉과 포항은 비교적 자주 왕래를 하였으나 남해는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아기자기한 어촌 마을의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지요. 때묻지 않은-아파트 같은 딱딱한 괴물이 들어서지 않은, 시멘트로 담을 이기고 스레트로 지붕을 얻은 소담스런 어촌 마을의 모습들이 참으로 편안하고 아름다왔습니다. 자그마한 항구 항구 마다 어쩌면 그렇게 천연항의 모습을 하고 있던지!

섬 남쪽 중앙지점 즈음에 위치한 ‘달아공원’은 남해안의 크고 작은 섬들을 조망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석양무렵 공원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나 제가 그곳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11시 사이 여서 석양의 모습을 볼 기회는 없었지요. 하지만 막 비가 뿌린 후에 보는 섬들은 한반도에서만 볼 수 없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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