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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5. 24. 11:02

산책은 기쁨을 선사한다. 산책은 우리에게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산책을 하면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건강이 좋아 진다. 산책을 하면 우리 몸에서 넘쳐 나기 쉬운 칼로리가 적당히 소모된다. 뚱뚱해질 겨를이 없고 몸은 가볍다. 산책을 자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꾸준히 신경을 쓰는 사람이다. 균형 잡힌 몸매,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먹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비만이 되기 쉽다. 평소에 산책하는 사람 들의 경우 비만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몸은 게을러 지면 한없이 게을러 지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부지런하면 더 부지런해 지는 것이 우리 몸이다.

 

산책은 우리에게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유지해 준다. 산책을 하면 엔도르핀이 솟아난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게 되고 생활에 활력이 넘친다. 설사 생각이 부정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꾸준히 산책을 하다 보면 차츰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늘 우울하거나 살 맛이 나지 않는 사람은 산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산책을 하면서 죽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산책은 우리에게 사색의 시간을 제공해 준다.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늘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다. 근심과 걱정으로 인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산다. 스트레스와 삶의 무게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한적한 곳을 찾아서 산책을 하면 생각이 정리 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우리의 삶 가운데 스트레스를 아주 없앤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수 밖에 없다. 산책은 스트레스 레벨을 낮추어 주는 한 방법이다.

 

베트남 인으로 프랑스에서 수행정진 중인 탁닛한 스님은 걸으면서 수행을 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를 따르는 많은 구도자들이 걸으면서 세상의 온갖 번뇌를 물리친다. 산책은 혼자서도 가능하고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도 가능하다. 혼자서 산책을 하면 때로는 고독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 고독은 자신을 발견하게 해 준다. 스스로 철학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둘이서 산책을 하면 관능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내적인 아름다움, 감각의 흥분과 연결 될 수 있는 것이다. 산책을 멋진 자연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 또한 신선한 공기도 맛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감히 산책은 우리 삶에 있어서 호흡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요즈음 시간만 나면 산책을 하려고 애쓴다. 집 근처 뒷동산, 회사근처의 남산골 한옥마을, 서울대학교 쪽 관악산, 상인동 보훈병원 뒤쪽의 삼필봉, 수성구의 자그마한 뒷산 가는 곳 마다 시간을 내어 걷기를 한다.

지난 주 일요일 5월 2일은 수성구 만촌 3동 뒷산을 산책했다. 때가 오월인지라 산책길 전체에 아카시아 향이 진동을 했다. 아카시아 향기는 라일락 향이나 찔레꽃 향기만큼이나 은은하고 매혹적이다. 젊은 이건 늙은 이건 이 향에 청춘과 젊음, 낭만을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2시간 가량의 산책 길을 걷는 동안 아카시아 향에 취해 신선이 된 기분이다.

 

나지막한 산길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오솔길도 나오고, 나지막한 소나무 숲이 나오기도 하고, 잡목들이 멋지게 우거져 인공의 냄새가 전혀 없는 자연 그대로의 정원을 지나기도 하고, 열대우림기후에서나 볼 수 있는 숲 넝쿨들을 가로 지르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한 두 시간 걷다 보면 세상 사는 맛이 절로 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몸을 맡기니 그저 편안하기만 하다.

 

또한 만촌 3동 뒷산은 꿩, 딱따구리, 뻐꾸기, 까마귀,노고지리, 참새, 십자매를 비롯하여 온갖 종류의 새들이 서식을 한다. 예전에는 수렵으로 인하여 제주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주 볼 수 없었던 꿩이 최근 몰라보게 많아졌다. 산책길 이쪽 저쪽에서 단말마처럼 울어대는 꿩 울음 소리가 매미울음 소리처럼 지속적으로 들려왔다. 그뿐이랴, 잘못 길을 들어 살짝 발을 헛디뎠더니 수려한 모습의 장끼 한 마리가 눈 앞에서 푸드득 날아오른다. 꿩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놀란 가슴을 가라 앉히며 행복에 겨워 가만히 미소 지었다. 그 뿐인가 딱따구리가 나무를 찍어대며 내는 소리, 뻐꾸기 울음소리, 까마귀, 노고지리 울음소리, 뜸부기 울음소리 등 수많은 새들이 아름답게 지저귀는 소리-자기들끼리는 천적의 침입에 위협을 알리는 소리, 싸우는 소리, 짝을 찾는 소리를 내고 있겠지만-를 들으며 걷노라면 사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다.  

20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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