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ition

주말보내기(관악산과 풍경도둑놈)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5. 27. 15:59
 

3월의 마지막 주말인 27-28일 이틀간 나름대로 의미 있게 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나름대로 욕심이 많아서) 그런대로 의미 있게 보낸 건 사실입니다. 토요일인 27일은 하루 온 종일 헬스 클럽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헬스 클럽에 도착하자 마자 간단히 샤워를 하고 약 20분 가량 반신 욕을 한 후 11층에 있는 골프 연습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랜 만에 클럽을 잡으니 공이 제멋대로 날아갔으나 중학교 10년 후배인 지 프로가 문제점을 지적해 준 후로는 그런대로 맞기 시작했습니다. 감을 잡기 위해서 7번 아이언을 중심으로 아이언 연습만 했습니다. 우선 아이언에 대한 감을 확실히 잡은 후에 드라이버를 잡아야만 연습에 효과가 더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1시간 30분 가량의 연습을 끝내고 호텔 바로 앞에 있는 한식집에서 된장찌개로 점심을 했었습니다. 그 집이 원래 음식을 맛있게 하는 집인데 냉이를 넣은 찌게 맛이 일품 이었답니다. 봄의 향이 느껴지는 식사였지요.

      

        점심을 먹고는 호텔 5층에 있는 수영장에 올라가 가운을 입은 채 2시간 가량 책을 읽었습니다. 요즈음 읽고 있는 책 가운데 하나인 ‘데이비드 웰스’가 쓴 '세계문화사'였지요. 읽은 부분은 기원전 인도와 중국의 사상과 철학의 발전, 그리고 그리스 로마의 사상적 발전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기원전 6세기경 인도의 '고다마 싯달타'가 욕심을 버리고 내면세계의 성장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 하는 노력이 있었고 이것이 제자들에 의해 불교로 발달하고 중국, 미얀마, 태국 동남아시아로 건너가 뿌리내리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중국은 공자를 중심으로 한 유교의 발전이었으며, 공자 못지않게 노자와 장자를 중심 한 사상적 발전이 있었지요. 그래서 중국의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노자와 장자를 섬기는 종교가 생겨났지요. 그래서 중국에서 불교, 유교, 노자를 섬기는 종교가 현존하고 있지요.  

      

        독서와 낮잠 등으로 2 시간 가량을 보낸 후 오랜만에 30분 가량 수영을 하였습니다. 습관적으로 수영을 할 때에는 쉬지 않고 계속 레인을 왕복하는 버릇이 있는 데 이것은 효과적인 운동을 위한 좋은 습관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영을 끝내고는 핼스클럽으로 내려가 약 1시간 30분 동안 늘 하는 운동 루틴을 따라 운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저녁에는 좀 무리를 했는지 자꾸만 제치기가 나와서 ‘타이레놀’ 두 알을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저녁 컨디션으로는 어쩌면 힘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염려를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지요. 하지만 다음날 아침 깨어나니 비교적 몸 상태가 괜찮아 8시경 집을 나와 관악산으로 향했지요. 관악산을 오르기 시작한 시간은 8시 30분. 서울대 국기봉 쪽으로 올라 삼막사 계곡을 타고 서울대 입구로 내려오니 약 2시간 30분이 걸렸답니다. 날씨는 더없이 좋았고 바람도 없었지만 아직 봄 꽃은 전혀 소식이 없었어요.

 

      2-3주 지나면 진달래 철쭉 등이 산길을 아름답게 수놓겠지요. 올라갈 때는 비교적  길을 잘 선택해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으나 삼막사 계곡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좀 성가셨어요. 하지만 국기봉 정상에서 느끼는 희열은 굉장했답니다.

 

    산을 내려와서 가까운 곳에 있는 ‘관악구 도서관’을 찾아가 봤어요. 규모는 크지 않으나 잘 지어졌더라 구요. 온 김에 책이나 좀 읽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몇 권을 책을 잡고 내용들을 살펴 보았답니다. 주로 여행, 음악, 미술 등 좀 가벼운 주제로 책을 훌 터 보았는데 그런대로 느낌이 좋았습니다.

    

      전창운 님이 쓴 '다시 풍경 도둑놈'은 저자가 여행한 중앙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국내의 풍경을 그림 및 사진과 함께 소개한 책으로 본인 스스로의 감상을 함께 기록하여 내용이 좀 산만하긴 했지만 산에서 내려온 피곤한 몸으로 읽기에는 괜찮은 내용이었습니다. 20세기 문화창시자로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보르헤르'가 한 말 중 "자연은 거대한 도서관이다" 라는 말은 평소에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주는 좋은 화두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자연은 무한히 새롭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연역적 해석이 가능하겠지요. 또한 사람이 죽을 때 3가지 후회를 늘 하는데 '좀 더 나누어 주지 못한 것'과 '좀 더 많은 곳을(국내든 국외든) 여행하지 못한 것'과 또 다른 하나(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음)가 있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 들 중에는 인도의 갠지스 강가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누워있는 연약한 할아버지 한 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불암사'의 주지로 계신 오랜 친구 '일관스님'이 예전에 저에게 시간이 나면 꼭 인도를 여행해보라는 말을 했었지요. 평생에 중국과 인도, 중앙아시아 여행은 꼭 하겠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답니다. 그 책 이외에도 한젬마가 쓴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2권'(국내외 그림을 소개하고 자신의 감상-그림과 연관이 되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음, 이 책은 사서 비치해 두고 생각의 폭을 넓히며 훗날 새로운 저술에 참고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음)과 지휘자 함신익의 자전적 수필 '다락방의 베토벤'(그의 음악에의 열정을 기록한 책),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라(정채봉),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최재천의 동물과 인간이야기), 밥퍼주는 시인(최일도)등 여러 권을 책을 훌 터 보았답니다.

 

      이날 산행과 독서에서 느낀 감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여행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입니다. 여행을 통해서 많이 보고, 듣고, 느끼며 이를 정리함은 인생의 폭을 넓히는데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이 읽는 것의 기쁨은 말할 나위도 없구요.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불을 햇빛에 말리는 동안 간단히 청소를 한 후 2시간 가량 낮잠을 잤고, 맥주를 한 캔 마셨으며 나머지 시간은 TV를 보며 빈둥빈둥 휴식의 시간을 보냈지요.

 

     TV프로그램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보여준 70세의 한 젊은 노인의 이야기 였습니다. 이 분은 일찍이 하버드 공대에 유학하여 건축학을 공부한 분으로 대구의 동산병원, 계성학교 강당(우리 학교 다닐 때 있었던 강당, 지금은 개축한 것으로 알고 있음)을 건축한 사람인데 지금은 에밀레 박물관의 관장으로 있으며 사재를 털어 호랑이 그림과 도깨비 그림 등 우리 것, 즉 민화와 민속문화를 발굴하고 우리 것을 찾고 보존하려는데 노력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답니다.

지금은 속리산 부근에서 소담스러운 집을 짓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에 몰두하며 인생의 회한을 되새기고 계셨습니다. 그분이 스스로 살려고 지어놓은 집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예전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친구였던 '마이클'(그도 자기가 사는 집을 스스로 지었을 만큼 손재주가 뛰어났음, 이혼할 때 본인이 손수 지은 집을 마누라에게 빼앗기고 말았지만)도 비슷한 모습으로 살았지요.

 

      어쨌든 이번 주말은 허전한 마음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게 보내려고 애썼던 주말이었답니다.

 

'Posi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밭작물이 있는 길  (0) 2004.08.13
홍천 비발디 파크  (0) 2004.07.05
랑데브  (0) 2004.05.24
35년 만에 찾은 교정-체육대회참가기  (0) 2004.05.24
산책  (0) 200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