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rifice·시니어

30년 만의 전화통화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6. 9. 10:13

      초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였던 상묵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30년만의 일입니다. 학교 졸업 후에는 연락이 끊겨 가끔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싶기도 했지만 사느라고 바빠서 서로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살았습니다.

 

상묵과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다녔으며 한 동네에 살았습니다. 성격이 무던하고 잘 웃던 친구와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지요. 서로의 집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습니다. 친구의 어머님이 아주 인자하고 편안하신 분이어서 더욱 거리낌이 없었지요.

  

얼마 전 졸업 후 처음으로 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상묵의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반가 왔습니다. 골프를 즐기는 친구의 드라이버 거리가 무척 많이 난다.고 하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요. 상묵은 대구에서 사업을 한다고 했습니다. 한번 보고 싶은 마음 간절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입니다. 처음에는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 누구냐고 여러 차례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하긴 30년 만에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전화로 목소리를 금새 기억해 낸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요. 허나 오래지 않아 친구의 목소리를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대뜸 너 지난번 체육대회에 다녀 갔었다며? 왜 연락을 하지 않았던 거야?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전화를 했었어야지.하고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역시 보고 싶은 마음이 애절했기에 연락하지 않고 상경해 버린 것에 대한 서운함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지요. 오히려 그게 살갑고 고마웠습니다. 친구는 제 연락처를 찾으려고 여러 곳을 수소문 했다고 합니다.

 

조만간 대구에서 만나 막걸리라도 한잔 하기로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으며 마음이 아주 부자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재물을 가진 것 이상으로 가치가 있지요.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라고 노래한 싯구가 생각납니다.

<2004/6/9 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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