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tice·청소년

배우는 재미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9. 1. 24. 01:29

하루에 세 시간 정도 영어공부를 합니다.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마쳤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는데 무슨 공부냐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최근 생각을 달리 해 보았습니다. 말이라는 건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니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어떨까 하구요. 미국에서 공부를 끝내고 한국에서 돌아가 십 년 동안 일하면서 영어를 쓸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의사소통이 되기는 하지만 시제 등에서 틀리는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언어란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표현할 때 더 설득력이 있지요. 친절하고 격조 높은 표현을 쓸 때 더 큰 공감을 얻을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직설적으로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데 급급하였습니다. 영화를 볼 때나 뉴스를 들을 때 90%이상은 알아들었습니다. 영어를 쓰지 않게 되자 들리는 것 또한 예전에만 못해졌지요. 이런 이유로 올해 초부터 영어공부를 다시 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많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학교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학교이므로 비교적 공부를 잘 가르치는 편입니다. 단계별로 교과 과정도 잘 편성 되어있지요.

테스트를 받은 후 러시아에서 출생을 하였고 대학을 캐나다에서 공부한 선생님 반에 배정 되었습니다. 첫 수업에 들어갔을 때 선생님의 영어가 다소 서툴게 느껴졌습니다. 고등학교까지 러시아에서 마쳤고 대학을 토론토에서 공부하였으니 러시안 악센트가 많이 썩여있었지요. 캐나다인과 결혼하여 아들과 딸을 낳고 살면서 매일 영어를 쓰는 사람이지만 발음이나 표현에서 현지에서 태어난 사람과는 좀 달랐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원과정까지 마친 사람이 캐나다에 와서 영어가 모국어(first language)가 아닌 사람에게서 영어를 배워야 하는가라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생님들과 비교하여 문화나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적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반을 옮길까 망설이다가 이삼일 견뎌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바로 옮기면 선생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나로 인하여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심어주고 싶지도 않았어요.

며칠 함께 공부를 해보니 좋은 점도 많았습니다. 우선 문법을 철저히 가르쳐 대화 중 자칫 실수하기 쉬운 부분을 미리 공부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영어를 할 때 마음이 앞서 너무 빨리 말하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천천히 말하더라도 정확히 말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같은 이민자 출신에게 영어를 배우니 현지인에게 영어를 배울 때보다 더 편한 점도 있습니다. 영어가 좀 서툴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말하게 되는 점도 이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어진 학기 동안 반을 옮기지 말고 공부를 하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지요. 공부를 할수록 배정된 반에 남아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재를 철저히 준비하고 매일 숙제를 내어주는 등 책임감 있게 가르치는 점도 좋습니다. 러시아인의 생각이나 러시아의 문화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영어를 공부할 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점 또한 보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민자가 열심히 공부하여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하는 점도 배울 수 있지요. 나탈리(선생이름)의 경우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남편과 살면서 영어를 쓰니 빠른 시간에 많은 발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수영 선수로써 러시아를 대표할 정도의 실력을 쌓았으니 집중하는 능력과 끈기 있게 노력하는 자세가 몸에 배인 듯합니다. 무엇이든 한 분야에 집중하여 성공해 본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이미 증명이 된 바 있지요.

기본으로 돌아가 영어를 공부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덤으로 얻게 되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클래스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만난 것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다보면 당장은 이익일 것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음도 깨닫습니다. 나탈리와 함께 멕시코,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란, 타이완, 중국, 페루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을 만난 것도 행운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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