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 주 휴런 카운티(Huron County) 윙엄(Wingham)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윙엄은 201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엘리스 먼로(Alice Munro)가 태어나고 자란 곳입니다. 넓은 벌판, 푸른 잔디와 농장, 여유롭게 흐르는 강이 있는 조용한 시골 마을입니다. 엘리스 먼로의 감성이 이런 정서 속에서 자라고 자리 잡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윙엄 타운 홀 맞은 편에는 엘리스 먼로 기념공원이 있습니다. 소박한 철제 조형물은 오래된 주변 건물과 어우러져 푸근한 느낌입니다. 바닥에 엎드려 천진한 모습으로 책을 읽는 소녀상이 놓여있고 옆으로는 별 모양의 꽃 트릴리움(trillium)이 피어있습니다. 연령초(延齡草)로 불리는 트릴리움은 온타리오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트릴리움 열매는 특별히 개미가 좋아한다고 하지요. 개미가 먹고 버린 열매의 씨에서 싹을 틔워 피우는 꽃이 트릴리움입니다. 씨앗에서 발아하여 꽃을 피우기까지 십 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긴 기다림과 견딤 속에서 피워올린 꽃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 쪽이 짠합니다.
문학적 글쓰기도 오랜 습작 끝에 가능해지는 것이니 유사점이 있지요. 소재를 묵히고 숙성시켜 의미를 부여하는 수필 쓰기도 깊고 오랜 관조(觀照)에서 나오는 결과물입니다.
도로 양쪽에는 타운 홀, 박물관, 고가구 판매점 등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시내라고는 하지만 적막마저 느껴지는 한적한 곳입니다.
길가 엔틱 가게의 바깥에 세워놓은 오래된 스키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방이 눈으로 덮인 한겨울 스키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 모습이 그려집니다. 엘리스 먼로의 작품 속에는 한겨울 시골의 풍경이 배경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이곳 윙엄의 정경들이 소녀의 잠재의식에 각인되어 작품에 용해되어 나타난 것이겠지요.
아래의 글은 먼로의 단편 힘(powers)의 시작 부분입니다.
“1927년 3월 13일. 봄이 코앞에 닥친 마당에 겨울이 불쑥 찾아왔다. 폭설로 도로가 폐쇄되고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어떤 할아버지가 선로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실종되었는데 아무래도 얼어 죽은 것 같다고들 한다. 오늘은 스노 슈즈(눈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안된 테니스 라켓 모양의 신발)를 신고 거리 한가운데까지 나가보았는데 눈 위에는 내 발자국 말고 다른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 상점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쯤에는 내가 남긴 흔적도 눈에 완전히 덮여 있었다. 날씨가 이 모양인 것은 호수가 예년처럼 얼어붙지 않았고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습기를 다량 머금고 있다가 우리에게 눈으로 털어버리고 있어서였다.” (런어웨이 p404에서 발췌, 엘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웅진임프린트 곰 刊)
엔리스 먼로를 소개한 글을 올려놓습니다.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했고 웨스턴온타리오 대학 재학 중에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출간했다.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수상하여 문단의 화려한 찬사를 받았다. 이후 장편소설 ‘소녀와 여성의 삶’은 미국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 각색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고, 또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 실린 단편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2006년 ‘Away from Her’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공공연한 미밀’등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전 세계 13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캐나다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으로 불리는 총독 문학상을 세 차례, 길러 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미국에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상, 영국에서 맨 부커상을 받았으며 2013년에는 단편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장편소설의 그림자에 가려진 단편소설을 가장 완벽하게 예술의 형태로 갈고닦았다”라고 선정 경위를 밝혔다.>
(런어웨이/엘리스 먼로 지음/황금진 옮김-안쪽 표지에 실린 작가 소개 글에서 가져옴)
<윙엄 타운 홀>
<윙엄 소개 사인>
<엘리스 먼로 기념 공원>
<노벨상 수상 축하 사인>
<엘리스 먼로 소개 동상>
<책 읽는 소녀상과 수상 기록>
<책 읽는 소녀상과 트릴리움>
<윙엄 거리>
<엔틱 가게와 오래된 스키>
<엔틱 가게에 진열된 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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