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남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맨해튼 상공에서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했다.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 리버 카페(The River Café)에서 차도 마셨고 저녁에는 병원 친구들과 깜짝 파티도 있었단다.
기실 딸과 남자친구 S는 지난 9월말 휴가차 집에 다니러 왔었다. 딸이 외출한 사이 S는 조용히 다가와 우리 내외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였다. 마침 아내가 외출 중이라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아내가 돌아온 후 거실에 앉으니 S는 딸에게 프러포즈 하고 싶다고 조곤조곤 말했다. 먼저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싶다는 거였다.
허락을 구하며 차분히 자신의 계획을 말하는 젊은이를 대하며 단단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는 태도는 부드러우면서도 정중했고 확고하였다. 프러포즈를 하기 전 먼저 자신의 부모님께 허락을 구했으며 지난 5월 어머님께서 뉴욕에 오셨을 때 어머니와 함께 딸아이에게 줄 반지를 샀다고 했다.
구태여 여자친구 부모님께 먼저 허락을 받을 필요까지야 없으리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을 터 임에도 배려하는 마음이 고마웠다. 이런 사려깊은 젊은이라면 딸을 맡겨도 손색이 없겠다 싶었다.
잠시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버님은 대학에서 40년가량 학생들을 가르쳐온 학자요 건축가였다. 무척이나 가정적이고 따뜻한 분이셨다. 어머니는 현모양처의 전형이셨으며 검소하고 겸손하셨다. 다른 사람 위한 배려가 몸에 밴 분이셨다. 최고의 지성인인 두 분께 소박하시고 평온하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움이 곳곳에 묻어났다. 그 부모님에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러포즈를 받고 기뻐할 딸의 마음을 생각하니 덩달아 기쁘다.
두 사람의 결정을 축하하며 앞날을 축복한다. 지금처럼 서로 존중하고 아껴주며 변함없는 사랑으로 평생 함께하길 바란다. 살아가면서 잔잔한 물결을 항해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요 풍랑이 이는 거센 바다를 헤쳐가는 순간도 있으리라. 두 사람이 힘을 합해 지혜롭게 인생의 항로를 달려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가지않는 길(The road less traveled)의 저자 빅터 프랭클이 이야기 한 것처럼 어쩌면 사랑은 사랑이 끝나는 순간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사랑이야 삼사 년 길어야 십 년 아니겠는가. 살아보니 진정한 사랑은 그 뜨거운 사랑이 끝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견해가 전적으로 옳았다 싶다. 사랑이 끝나는 순간에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해 가길 소원한다.
· Doctor Shin과 Lee는 브루클린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시니어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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