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렉시 톰슨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7. 4. 5. 22:55

 LPGA ANA Inspiration 대회(2017)에서의 일이다. 최종일 여섯 홀을 남겨두고 세 타 차이로 선두를 달리던 렉시 톰슨이 네 벌타를 통보받는다. 전날 세 번째 라운드 17번 홀에서 퍼팅할 때 볼 마크를 정확한 지점에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를 지켜보던 시청자가 렉시 선수가 볼 마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경기위원(rule official)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경기위원은 비디오를 거듭 돌려보았다. 퍼팅그린에서 볼 마크를 하고 볼을 집어 들 때는 볼 바로 뒤에 마크하여야 하는데 살짝 옆쪽으로 마크한 뒤 볼을 집어 든 것을 확인하였다. 

 선수의 실수를 인정했다. 볼을 잘못 마크한 것에서 두 벌타 그리고 스코어카드에 잘못 적은 것으로 두 벌타 합계 네 벌타를 부과했다.

 정황으로 볼 때 선수가 고의로 볼 마크를 다른 곳에 했다고는 보기에 어렵다. 공이 놓인 자리와 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어디에 마크하든 별 영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 선수가 규칙을 벗어나서 경기한다는 건 생각도 못 할 일이다. 룰 커미티(rule committee)도 그런 사실을 당연히 감지했을 터이다. 하지만 규칙은 규칙이기 때문에 적용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 일을 지켜보면서 미국인들의 정직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 나라 선수가 중요한 대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음에도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의 제보가 경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논의가 적지 않고 앞으로는 시민의 제보가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번 일로 인해 시민의 정직성과 시민 정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스스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경기중 누가 안 본다고 공을 살짝 건드린다든가, 공을 잃어버리고는 주머니에서 얼른 꺼내 던져놓으면서 자기 공인 양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이를 알까기라고 하던가) 하지만 실수할 때도 있다. 그린 위에서 볼 마크를 할 때 최대한 가까이에 하려다가 볼을 살짝 건드릴 때가 있다. 당연히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앞으로는 더 유의하여 볼 마크를 하면서 볼을 건드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필드에서 경기하는 프로 선수나 아마추어 골퍼나 규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좋은 매너는 함께 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줄 것이다. 무엇보다 골퍼 자신에게 분명한 dignity를 가지게 할 것이다.  

 *dignity; the state or quality of being worthy of honor or res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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