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추수감사절은 10월 둘째 주 월요일지만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다. 캐나다의 추수감사절이 미국보다 한 달 반이 빠르다. 미국보다 북쪽에 위치한 캐나다가 더 빨리 추워져 추수가 이르기에 그러리라 짐작해 본다. 역사적 사실을 따지고 보면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맞아 큰아이 내외의 초대를 받았다. 큰아이 내외는 캐나다의 포트 이리(Fort Erie)에 살면서 매일 아침 국경에 놓여있는 평화의 다리(peace bridge)를 건너 미국 쪽 버펄로에 가서 일한다. 10월 초 캐나다 추수감사절에 토론토 집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였는데 11월 말 미국 추수감사절에는 자신의 집으로 가족들을 초대하겠다고 하였다. 특별히 칠면조를 구워 대접하겠다고 했다.
내외는 칠면조를 굽기 위해 사흘 전부터 준비했다고 하였다. 칠면조는 주로 오븐에 굽지만, 사이즈가 커서인지 바베큐 틀에 구웠다. 칠면조와 함께 크랜베리 소스며 그레비, 으깬 감자, 각종 스터핑, 마카로니 치즈까지 전통적인 미국식 추수감사절 음식을 준비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추수감사절의 유래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기독교 계통의 학교였던 모교는 일주일에 한 번 예배 시간이 있었고 성경 시간도 있었다. 늦은 가을 추수를 끝낼 무렵이면 어김없이 추수감사절이 돌아왔다. 대부분 기독교인이던 선생님들로부터 추수감사절의 유래에 대해 들으며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와서 겪어야 했을 청교도들의 어려움에 대해 상상했다. 가족과 이웃이 목숨을 잃는 상황 가운데서도 감사할 거리를 찾는 그들의 신앙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미국인들의 생활양식도 궁금했다. 추수감사절이면 멀리 떨어져 있었던 가족들이 모여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곤 했다. 칠면조와 곁들여 먹는 으깬 감자며 크렌베리 소스, 칠면조 속에 들어간 스터핑 이런 것들이 어떤 맛일지 궁금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기 때문일까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추수감사절을 즐기는 식탁 풍경이 나오면 눈여겨보곤 했다. 그런데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궁금해했던 것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 큰아이 내외는 Joy to the World라는 글귀가 적힌 박스를 가져오며 전해줄 것이 있다고 하였다. 무엇일까 궁금하였는데 알고 보니 아이를 가졌고 내년 6월이면 손주가 태어날 것이라며 태아가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도록 기도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딸 내외가 자녀를 가질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기도의 응답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서 무척이나 기뻤다.
캐나다로 삶의 터전을 옮겨 올 무렵 나는 캐나다로 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문제로 심각한 고민을 하였다.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자손 대대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결정이었기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였다. 당시 나는 ‘가야 합니까 가지 말아야 합니까’라고 물으며 기도했다. 상계동에서 성내동까지 자동차로 이동하며 40일 작정 새벽기도를 드리기도 하였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축복의 말씀이 떠올려졌다. “여호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가 크게 번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다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네 씨가 그 대적의 성문을 차지하리라 또 네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니”
나는 이 말씀을 내게 주신 말씀으로 붙잡고 가슴에 새겼다. 그런데 2020년 추수감사절에 큰딸 내외로부터 아기를 가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내년 하반기부터 우리 내외의 생활 패턴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큰아이 내외가 매일 출근해야 하니 아내가 손주를 돌보는 일을 해야 할 듯하다. 그렇게 되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내는 포트 이리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 금요일 저녁 토론토로 돌아오고 월요일 아침 7시면 다시 포트 이리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하게 되지 않을까. 아내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일은 당연히 내가 맡아야 할 것 같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이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잘 감당해야 하리라.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감사가 넘쳐나는 추수감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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