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도시의 장마비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7. 15. 15:44
 

<도시의 장마비>

 

주룩주록 내리는 소나기는

뜨겁게 달구어진 도시의 빌딩위로 내리어

매마른 아우성을 잠재운다.

 

도시는 온통 거짓으로 가득하다.

아내를 두고도 다른 여자와

남편을 두고도 다른 남자와 뒤엉키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타락도 아니다.

 

눈앞에 보이는 빌딩의 숲

서로를 떠밀어 내려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피를 튀기고

네가 나가지 않으면 내가 나가야 하는 절박함에

자리를 지키려 아우성이다.

 

청와대 저편에는 행정수도를 이전한다 고집을 부리고

한편은 그러면 안 된다 난리법석이다.

미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져 가고

자주니 동맹이니 말들만 요란하다.

국민연금은 고갈 되니 수혜자 혜택을 줄이자

납부금을 올리자 지랄법석이다.

 

끝없는 장마비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에

지친 영혼 달래주는

오아시스.

 

말들만 무성한

더러운 도시를 씻으려

쪽쫙 퍼붓는 빗줄기에

답답한 마음도

씻어 보낸다.

 

2004/7/15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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