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세 살배기 150119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 20. 00:38

여기는 아빠가 앉을 자리, 여기는 오빠가 앉을 자리, 여기는 내가 앉을 자리옷은 아빠가 앉을 자리에 걸고모자는 오빠가 앉을 자리에 두고장갑은 내가 앉을 테이블에 놓고… .”

오뚝한 콧날에 바다를 닮은 눈동자를 가진 세 살배기가 가족이 앉을 자리를 찜하고 있다. 엄마는 일터로 가시고 아빠와 오빠, 세 사람이 왔다. 빛이 덜 드는 안쪽 자리에 하나하나 표시를 한다. 넘어지지나 않을까 보는 사람 마음도 비틀비틀 아장아장.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던 아내가 말한다.

아이들이 아주 귀엽지 않아요? 어쩌면 저렇게 영어를 잘할까요? 나는 이십 년을 노력했어도 저 애들 근처에도 못 가요.”

생각해보면 말을 배우기 위해 아이가 쓴 시간과 아내가 쓴 시간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이는 자는 시간만 빼고 전부, 아내는 하루에 반 시간 들쑥날쑥. 그렇게 보낸 삼 년과 이십 년, 시간으로 따지면 15,330시간과 3,650시간. 노력의 정도까지 따지자면 비교가 안 된다.

또 다른 삼 년을 지나 보낸 후 나는 과연 어디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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