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 등대지기/한소 <딱한 등대지기/閑素> 아이와 함께 찾아와 등불에 쓸 기름 좀 얻자 사정하는 젊은 아빠 그냥 보낼 수 없어 한 통 들려 보내고 한파가 몰려온 저녁 집이 춥다며 찾아온 동네 아주머니 그냥 보낼 수 없어 한 통 들려 보내고 월말 돌아오니 기름창고 바닥났네 정작 등대엔 불 밝히지 못하.. 수필·시 2017.11.12
따분한 나날/한소 <따분한 나날/한소> 밥 먹고 시시덕거리고 잠자고 일어나 밥 먹고 시시덕거리고 잠자고 다시 일어나 밥 먹고 시시덕거리고 잠자고 시시하다 재미없다 따분하다 되뇌며 지나 보내는 나날 단 몇 분이라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70대의 선배를 뵈면서 놀라곤 합.. 수필·시 2017.10.31
하지만/한소 <하지만/한소> 가을이 깊었습니다. 온돌방 문을 열고 나오면 차가운 공기 코끝을 스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단풍잎이 낙엽되어 구릅니다. 화려함을 뽐내며 춤추는 단풍잎과 그 아래 나뒹구는 낙엽이 사뭇 달라 보입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같은 운명이 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잘난 .. 수필·시 2017.10.30
첫눈 오늘 날 외 <첫눈 오는 날/곽재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 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 수필·시 2017.10.30
가을 숲에서/閑素 <가을 숲에서/閑素> 늘 더 가지려 아우성하는 너희는 어느 별에서 온 이방인인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말하는 너희는 나무가 옷을 벗는 모습이 보이지도 않느냐 허리가 꺽일 듯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느냐 함께 .. 수필·시 2017.10.29
생명 축제 이야기/閑素 <생명 축제 이야기/閑素> 이른 봄 씨앗을 뿌리고 얼마 있지 않아 여린 싹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올망졸망 피어올랐다 머리 위로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불면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는 듯 서로 의지하며 이겨내곤 했다 한여름 뙤약볕을 견디고 느닷없이 내리는 우박도 이겨내고 잦은 폭.. 수필·시 2017.10.04
바램/閑素 바램/閑素 부끄러워 얼굴을 감추는 하얀 들깨꽃처럼 가만히 앉았다 날며 꿀을 따는 벌들처럼 노오란 씨앗을 품고 멀거니 바라보는 쑥갓처럼 하늘하늘 하늘을 향해 소원을 비는 코스모스처럼 자주 하늘을 바라보며 꾸밈없이 수더분하게 순수하고 정결하게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그렇게 한.. 수필·시 2017.10.03
위로/閑素 <위로/閑素> 잠 못 이뤄 뒤척이는 밤 어디선가 들려오는 친밀한 음성 세상에 그리 큰 일도 못할 일도 없다 겸손하게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하면 된다 수필·시 2017.09.30
가을 찬가/閑素 <가을 찬가/閑素> 아침이슬 촉촉이 내려 대지를 적시고 고추가 붉게 익어가는 가을입니다 호박은 누렇게 크기를 더해가고 단풍나무 색동옷으로 갈아입습니다 발길이 뜸해진 사이 들꽃은 노랑 빨강 하양 보라 초록 파스텔 물감을 덧입었습니다 색색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겸손히 .. 수필·시 2017.09.21